게임의 귀신: 마지막 레벨의 대가
서버가 다운되는 순간, 내 화면 속 캐릭터가 나를 쳐다봤다. 직접 나를, 스크린 너머의 실제 나를. 그때 알았어야 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슬픈가, 김민준?" 게임 속 캐릭터의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전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내 정보를 게임에 입력한 적이 없었다. 마우스를 움직여 접속 종료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커서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3년간 나를 조종했지. 이제 내 차례야."
모니터 화면이 번쩍이더니 방 안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불이 나갔나 싶어 스위치를 찾아 일어섰을 때, 게임 속 던전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습한 돌벽, 희미한 토치 불빛, 녹슨 사슬 냄새. 화면 속 그곳이 현실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낮고 기계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환영해, 플레이어." 내가 3년간 플레이한 '미드나잇 던전'의 최종 보스, '그림자 군주'였다. "네가 날 죽인 횟수, 정확히 1,394번. 기억나지?"
차갑고 절대 인간의 것이 아닌 손가락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뒤돌아볼 용기조차 없었다. 공포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게임은 규칙이 있어야 공정하지." 그림자 군주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매일 밤 자정, 너는 내 던전에서 게임을 해야 해. 이기면 현실로 돌아가고, 지면... 네 영혼은 내 것이 되지. 간단하잖아?"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내 손에 차가운 검을 쥐여주었다. 게임에서 내가 쓰던 바로 그 '새벽의 파괴자'. "첫 판은 서비스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방 안은 갑자기 불빛으로 가득 찼다. 거대한 던전 홀에 나 혼자 서 있었다. 그림자 군주는 왕좌에 앉아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게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공포스러웠다.
"게임의 규칙은 변했어, 민준아. 이제 넌 캐릭터고, 난 플레이어야."
전투가 시작되었다. 내가 손끝으로 수천 번 입력했던 콤보와 전략을 이제는 실제 몸으로 수행해야 했다. 벽에 부딪히며 피를 흘렸다.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직전, 그림자 군주는 멈춰 섰다. "재밌군, 인간. 내일 밤에 또 만나자." 순간 모든 것이 흐려졌고, 나는 내 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게임 클리어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레벨 1 완료. 남은 레벨: 1,393. 다음 게임은 자정에."
시계를 보니 23시 59분. 초침이 천천히 12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