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 남사친이라는 경계선
내 인생의 게임 오버는 그가 "우리 그냥 친구로 남자"라고 말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우리 사이에 떨어진 남사친이라는 단어는 무거운 철문처럼 내 앞에 내려앉았다.
민준이와 나는 동네 PC방에서 처음 만났다. 그날 밤 우리는 같은 팀으로 배정되어 헤드셋 너머로 서로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힐러 뒤로 빠져! 내가 커버할게." 아바타를 지키듯 그는 게임 속에서 늘 나를 보호했다. 랭크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현실에서 만나게 된 날, 모니터 속 영웅보다 더 빛나는 그의 미소에 내 마음은 이미 레벨 업되어 있었다.
우리는 함께 게임을 하고, 치킨을 시켜 먹고, 새벽까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어깨가 맞닿을 만큼 가까이 앉아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그의 손가락이 실수로 내 손을 스쳤을 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심장이 컨트롤러의 진동 기능처럼 떨렸다.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친구'라는 경계를 넘지 않았다.
"윤아, 넌 정말 특별해. 같이 있으면 편해." 민준이의 말에 잠시 희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그가 덧붙인 말, "다른 여자애들이랑은 달라. 너랑은 그냥... 남사친이라는 느낌이 좋아." 그 순간 내 마음 속 무언가가 조용히 산산조각 났다.
게임에는 항상 규칙이 있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규칙은 누가 정한 걸까? 내 감정을 숨기는 동안, 그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서버에 접속한 것처럼, 그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간에 들어왔다. 민준이의 눈빛이 그녀에게 향할 때마다, 내 캐릭터의 체력 게이지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다.
"걔 어때? 귀엽지 않아?" 민준이가 물었을 때, 나는 가장 친한 '남사친'으로서 웃으며 대답했다. "응, 너희 잘 어울려." 그 말이 얼마나 쓰라린지 그는 알지 못했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연기하는 나의 능력은 레벨 MAX였다.
오늘 밤도 우리는 평소처럼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했다. 민준이의 웃음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야, 이거 진짜 재밌다. 우리 밖에서도 만나자. 내 여자친구도 소개해줄게." 무심코 던진 그 말에, 나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화면 속 내 캐릭터가 적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쓰러졌다.
게임 오버 화면이 뜨자 민준이가 물었다. "왜 갑자기 멈췄어? 괜찮아?" 나는 목구멍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며 대답했다. "응, 괜찮아. 그냥... 다음 레벨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때로는 게임의 진짜 승리자는 계속 플레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때에 나갈 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 나는 마침내 '남사친'이라는 게임의 리셋 버튼을 누를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