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 아내가 사라진 밤
그녀가 사라진 건 내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리를 선언했을 때였다. "내가 이겼어, 수현아." 말을 내뱉는 순간, 식탁 위에 놓인 보드게임의 말 하나가 우리 사이로 떨어졌고, 아내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게임이 될 거라는 사실을.
수현과 나는 결혼 5년 차였다. 우리에게 게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만난 방식이자, 데이트 코스였고, 결혼 후에는 대화를 이어가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밤 새로운 보드게임을 했다. 그 룰은 단순했다 - 이긴 사람이 다음 주의 게임을 정하고, 진 사람은 무조건 따라야 했다.
그날 밤, 나는 그녀가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게임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수현의 눈에서 번쩍인 그 감정이 분노였을까, 절망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 무언가가 깨져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승리의 쾌감에 취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 봐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자리는 비어있었고, 옷장의 절반이 텅 비어있었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작은 메모지 하나. "이제 당신 차례예요."
경찰은 3일 후에 수현을 찾았다.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보드게임 카페에 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경찰관은 "가출이 아니라 단순 외박"이라며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이것이 새로운 게임의 시작임을 알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녁을 차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식탁 위에 놓인 것은 저녁 식사가 아닌 작은 상자 하나. 새로운 보드게임이었다. "Marriage Escape"이라는 제목의 그 게임은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탈출하는 방법을 찾는 게임이었다.
"새로운 룰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이번엔 현실에서 할 거예요. 우리의 삶을 게임판으로 삼아서." 그녀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도발이 아니라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우리 관계를 구하기 위한 절박한 시도.
수현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첫 번째 미션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예요. 한 달 동안." 모래가 떨어지며 내 가슴이 조여들었다. 이 게임에서 지면 정말로 그녀를 잃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면? 이기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패배일지도 모른다.
주사위를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인생이라는 게임보드 위에서, 우리는 각자 다른 말이 되어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승컵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정작 함께 걷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엔... 함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