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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이별

아내와의 이별: 미완성된 기억

그녀가 떠난 날,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거짓말을 했다. "괜찮아, 이해해." 입술은 그렇게 말했지만 내 심장은 아스팔트 위에 던져진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났다.

아내의 옷장은 비어 있었다. 그녀가 남긴 것은 라벤더 향수 한 병과 서랍 깊숙이 접힌 편지뿐이었다.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편지를 펼치기까지 세 번의 일몰과 두 병의 위스키가 필요했다.

"당신과의 7년은 내 인생의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이었어요.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마지막 가을에도 이런 비가 내렸었다. 그때 우리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귓가에 맴돌았다.

냉장고에는 그녀가 남겨놓은 마지막 요리가 있었다. 그녀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김치찌개. 뚜껑을 열자 시큼한 향이 코를 찔렀다.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었을 때, 맛은 달랐다. 아니, 맛이 아니라 내가 달라져 있었다.

친구들은 말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뿐이다.

이별 후 3개월째, 그녀의 SNS에 새로운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웃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웃음 그대로였다. 화면을 끄고 거울을 보니, 나는 더 이상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아니었다. 수염은 길게 자랐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그녀가 받았다. "여보세요?" 그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말을 하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단어들이 엉켜버렸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사진을 보아도 그건 단지 픽셀일 뿐, 내 기억 속의 아내는 점점 흐릿해져 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웃음소리, 머리카락 끝에서 나던 샴푸 향, 아침에 눈을 뜰 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만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오늘 아침, 그녀가 좋아하던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쳤다. 5초 동안의 눈 맞춤은 5년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별이란 것은 결국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것을. 우리는 매일 조금씩, 계속해서 이별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