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회사: 현실의 경계선
오늘도 김 부장은 지각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초조하게 누르는 동안,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직장인 시뮬레이터' 게임의 캐릭터가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속 내 캐릭터는 이미 회사에 도착해 있었다.
"지금 접속하신 플레이어는 현실에서 3번째 지각입니다. 경고 누적 시 게임 내 성과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알림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이상하게 식은땀이 흘렀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팀장의 차가운 눈빛이 느껴졌다. "김 대리, 세 번째 지각이네요." 게임 알림과 똑같은 말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를 켜자 게임이 자동으로 실행됐다. 로그인도 하지 않았는데. 화면 속 내 캐릭터는 현재 내가 입은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지금 내 책상과 똑같은 책상에 앉아있다. 화면을 끄려 해도 꺼지지 않았다.
"김 대리, 오늘 마감인 프로젝트 보고서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게임 화면 속에서도 똑같은 대화가 자막으로 뜬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책상 위 캘린더의 날짜는 어제였다. 회의실의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었다. 동료들의 대화는 반복되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감정이 없었다.
점심시간, 나는 공포에 질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울 속 내 모습이 깜빡였다. 잠시 픽셀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손을 내밀자 거울 속 내 손가락 끝이 살짝 일그러졌다.
"현실 세계에서 실패한 자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드립니다. 'Second Life Inc.'의 베타 테스터로서 당신의 성과는 현재 C- 등급입니다." 화장실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내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베타 테스트 종료까지 6일 남았습니다. C- 미만 등급 사용자는 시스템에서 영구 삭제됩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내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이 회사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 잠시 깜빡였다. 사무실 동료들은 무표정하게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일도 나는 출근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게임 캐릭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