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괴담: 마지막 퇴근길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직원은 언제나 같은 꿈을 꾼다던데, 혹시 너도...?" 동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형광등이 깜빡였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우리 회사 12층에는 퍼지지 않는 괴담이 있었다. 밤 열한 시가 넘어 혼자 남아 일하다 잠이 들면, 꿈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함께 퇴근하자'고 속삭인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꾼 직원은 한 달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였다.
그날 밤, 프로젝트 마감으로 나는 사무실에 홀로 남았다. 시계는 이미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니터 불빛만이 어둠 속에서 창백하게 빛났고, 에어컨 바람 소리가 으스스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가락 마디가 꼭 누군가의 발소리처럼 들려왔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졌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창가에 서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여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함께 퇴근할까요?"
땀에 젖어 깨어났을 때, 내 모니터 화면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화면 속에 희미하게 비친 내 뒤의 그림자. 천천히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도착을 알리는 '딩'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 엘리베이터가 12층에 멈춘 것이다.
다음 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어제 CCTV에 네가 누군가와 함께 나가는 게 찍혔더라. 여자친구야?" 동료의 말에 나는 웃음으로 넘겼지만, 그날 밤의 기억은 여전히 흐릿했다.
일주일 후, 회사 게시판에 인사이동 공지가 올라왔다. 내 이름은 '특별 프로젝트 배정'으로 12층에서 지하 1층 자료실로 발령이 났다. 지하 자료실은 10년 전 화재로 폐쇄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 화재의 유일한 희생자가 한 여직원이었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퇴근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데 "함께 내려갈까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낯선 여직원이 서 있었다.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명찰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10년 전 화재 사고의 희생자와 같은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