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회전문: 이별의 공식
황금빛 석양이 초고층 빌딩 유리창에 반사되는 순간, 나는 내 열 번째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카드를 로비 보안 게이트에 탭했다. 회사 생활 다섯 해, 그리고 다섯 번의 이직. 이제는 출입증을 반납하는 의식이 익숙해졌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시나요?" 경비원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눈에서 읽히는 감정은 연민이 아닌 부러움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다. 이 건물 안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나처럼 카드를 반납하게 될 것이다.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회사 메신저를 확인했다. "오늘 저녁 송별회, 잊지 마세요!" 송별회. 이 단어가 주는 위안감은 묘하다. 마치 이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어제의 동료들이 내일의 타인이 되는 과정을 축하하는 의식.
내 책상은 이미 반쯤 비워져 있었다. 지난 3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나의 흔적들이 한 개의 종이상자에 담기기엔 너무 컸고, 또 너무 작았다. 모니터 옆에 붙여둔 포스트잇들, 서랍 안의 비상용 감기약, 팀원들과 찍은 워크숍 사진. 이것들을 버릴지, 가져갈지 결정하는 일은 이별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과 같았다.
"다음 회사에서는 진짜 행복하길 바래." 옆자리 민지가 내게 커피를 건넸다. 그녀의 진심 어린 미소 뒤에 숨겨진 질문이 보였다. '나는 왜 여기 남아있지?' 아마 그녀도 곧 자신만의 송별회를 갖게 될 것이다.
회의실에서 열린 작은 송별회는 예상대로 어색했다. 우리는 케이크를 먹으며 미래에 대한 가짜 약속들을 교환했다. "연락 자주 해요", "다음에 꼭 만나자",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약속들이 디지털 흔적으로만 남을 것임을.
밤이 깊어갈수록 대화는 솔직해졌다. "회사는 결국 우리를 대체할 수 있어." 팀장이 와인잔을 비우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만든 관계는..." 그는 문장을 끝맺지 못했다. 끝맺을 필요가 없었다. 우리 모두 그 빈칸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채웠으니까.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빈 의자들, 어두운 모니터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 다른 회사들의 창문에도 누군가 떠나가고, 또 누군가 들어오는 끊임없는 순환이 있을 것이다.
회전문을 밀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차가운 밤공기가 내 볼을 스쳤다. 놀랍게도 해방감보다는 상실감이 먼저 찾아왔다. 이별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위장 아래, 우리는 조금씩 자신의 조각들을 남겨두고 온다. 그리고 회사라는 공간은, 떠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