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회사: 떠나보내는 전문가들
이별 회사의 첫 번째 규칙은 고객의 감정에 절대 공감하지 말 것이었다. 나는 5년차 프로페셔널 이별대행사 '굿바이 서비스'의 최고 등급 상담사였다. 매일 아침 9시, 나는 누군가의 이별을 대신 전달하기 위해 출근했다.
"정현우 님, 오늘은 세 건의 이별 통보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비서가 건넨 태블릿에는 오늘의 일정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첫 번째, 8년 차 연인. 두 번째, 3개월 된 소개팅 상대. 마지막, 10년 차 부부.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수만 가지 감정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렀다.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첫 의뢰인이 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손목시계를 연신 만지작거렸다. "저는...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서요. 8년이나 함께했는데, 그녀의 눈물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나는 매뉴얼대로 미소 지었다. "걱정 마세요. 저희가 가장 인도적인 방법으로 전달해드립니다." 내 목소리는 습관적으로 부드러웠다. 우리 회사가 업계 1위인 이유는 '이별 통보'라는 잔혹한 서비스를 가장 세련되게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후 두 시, 카페에서 그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커피를 홀짝이며 내 말을 들었다. "그는 당신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천 번도 넘게 했던 말인데, 오늘따라 목이 메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동안, 나는 회사에서 지급한 검은 손수건을 건넸다. 흡수력이 뛰어난 특수 소재로, 어떤 눈물도 금세 말려버렸다.
세 번째 의뢰는 평소와 달랐다. 10년 차 부부의 남편은 터미널 암 판정을 받았다. "아내에게 직접 이별을 고할 수 없어서요. 제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제발 전해주세요." 그의 창백한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퇴근길, 사무실 엘리베이터에서 CFO를 만났다. "정 상담사, 실적이 좋더군. 곧 승진도 가능할 거야." 그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직접 이별하기를 두려워하고, 우리 같은 회사가 필요해지는 시대지."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식탁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당신과의 5년이 행복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손으로 쓴 글씨가 흔들렸다. 내 남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직접 말하지 못하고 편지로 이별을 통보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웃음이 났다. 이별 전문가인 나에게도 이별은 통보받는 것이었다. 내일 아침, 나는 또다시 검은 정장을 입고 누군가의 이별을 대신 전하러 갈 것이다. 그게 내 직업이니까. 다만 이번엔, 회사 규정을 어겨 내 눈물이 섞인 소식을 전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