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귀신: 사라져야 할 이유
그녀가 죽은 지 43일째 되는 날,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지였다. 이혜진은 자신의 투명한 손을 들어 올려 형광등 불빛에 비춰보았다. 빛이 그대로 통과했다. 분명 귀신이 맞는데, 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걸까?
"그렇게 손만 들여다보면 뭐가 달라지겠어?" 이혜진의 원룸에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귀신 김영석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혜진보다 23년 먼저 죽었다. 낡은 청바지와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90년대에 멈춰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네처럼 고민했어. 왜 가지 못하는지,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그런데 결국 알게 됐지. 우리같은 귀신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걸 놓쳐서 이곳에 남는 거야."
이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생전에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고,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항상 미뤘고, 부모님 생신에도 늘 '다음에'라는 말로 방문을 미뤘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이곳에 남게 되었다.
"오늘 네 장례식에 온 사람 봤어?" 영석이 물었다. "세 명. 부모님과 회사 대표. 그것도 대표는 10분만에 가버렸지."
이혜진의 가슴이 아파왔다. 살아있을 때 그녀가 중요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승진, 인정, 성취—이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친구를 만난 게 언제였는지,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근데 말이야," 영석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우리가 여기 남은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산 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잖아."
이혜진은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내가 20년 동안 알아낸 건데,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꿈에 나타날 수 있어. 아니면 물건을 조금 움직이거나."
그날 밤, 이혜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동생 꿈에 나타났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동생은 갑자기 회사에 휴가를 내고 부모님을 찾아갔다.
그 후로 이혜진은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었다. 어느 날 아침, 영석이 갑자기 하얀 빛에 둘러싸여 사라졌다. 마지막 순간,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 숙제가 끝났나 봐. 이제 네 차례야."
이혜진은 이제 고민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 남았는지, 그리고 언제 떠날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일에 파묻혀 삶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누군가의 꿈에 나타나기 위해, 이혜진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어쩌면 오늘 밤, 당신의 꿈속에서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