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에게 고백하는 날
그날은 서른 번째 내 생일이었고, 나는 열다섯 번째로 지훈에게 고백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이전의 열네 번은 모두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난 일이었지만. 책상 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십 대 시절 고백 연습하던 모습과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손은 땀으로 미끄러웠다.
"오늘만큼은 진짜로 말할 거야," 나는 거울 속 나에게 다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그리고 직장까지, 우리는 완벽한 '남사친'과 '여사친'으로 15년을 함께했다. 하지만 그가 곧 해외 발령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지훈이었다. "어, 나 도착했어. 네가 말한 그 카페 맞지?" 목소리만으로도 내 심장은 쿵쾅거렸다. "응, 금방 갈게," 내 목소리가 떨리지 않길 바라며 전화를 끊었다.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거리는 가을의 냄새로 가득했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코끝이 시렸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내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카페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와 커피 향이 나를 반겼다.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지훈은 나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미소 때문에 15년 동안 진척 없는 짝사랑을 해왔다.
"생일 축하해," 지훈이 작은 상자를 건넸다. "열어봐." 상자 안에는 우리가 고등학생 때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였다. "기억나? 우리 첫 축제 날." 물론 기억했다. 그날 처음으로 그에게 고백하려다 실패한 날이었으니까.
"고마워," 나는 말했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내 심장은 폭주하는 열차처럼 달렸다. 지훈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너..." 그때 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전화를 끊고 말했다. "미안, 중요한 얘기는 뭐야?"
"나... 사실..." 내가 말을 더듬는 사이, 지훈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사실 나도 할 말이 있어."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해외 발령 소식, 들었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가 같이 왔으면 해."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15년 동안 말하지 못했어. 바보처럼. 그냥...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너무 당연해서, 이게 우정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떠나려니까... 네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훈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웃어?"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난 오늘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거든."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15년의 시간이, 열네 번의 상상 속 고백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가끔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가장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 거리가 결국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남사친에서 연인으로, 우리의 새로운 여정이 그날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