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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병원

마지막 고백: 병원 창가에서

병원 창가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제 내 하루의 의식이 되었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은 점점 선명해진다.

오늘따라 병실의 소독약 냄새가 유독 강하게 느껴진다.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깜빡이며 내 그림자를 바닥에 불규칙하게 드리운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삐, 삐' 소리는 이제 내 심장 소리와 동일시되었다. 창밖으로는 벚꽃이 흩날리고 있다. 봄이 왔는데, 우리에게는 오지 않았다.

"준서야, 지금 들어? 오늘은 좀 특별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내 목소리는 떨린다. 응답은 없다. 3주째다.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그때 네가 입고 있던 하늘색 원피스가 병원 가운처럼 보였다고 내가 농담했었지. 그런데 이렇게 정말 병원에서 만나게 될 줄은..."

간호사가 들어와 링거액을 교체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다. 그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연민이 싫다. 3주 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깨달은 것은, 병원이란 곳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너무 빠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느리게.

"오늘은 말이야, 내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할게."

나는 목을 가다듬는다.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만이 내 말을 듣고 있다.

"사실 그날, 네가 차 사고 나기 전에 보낸 메시지... 내가 읽었어. '우리 오늘 저녁에 중요한 얘기가 있어'라고. 네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난 알아. 네 서랍에서 발견했거든... 임신 테스트기."

병실의 정적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내 고백을 삼킨다.

"나는... 두려웠어. 결혼도, 아이도. 모든 게 두려웠어. 그래서 그날 저녁 약속 시간에 일부러 늦게 나갔던 거야. 시간을 끌면서 네가 포기하길 바랐어. 그런데..."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의 창백한 손을 내 이마에 가져다 댄다. 차갑다.

"이제 나 준비됐어, 준서야. 네가 깨어나면... 우리 셋이 함께 살자. 제발 돌아와 줘."

그 순간, 착각일까?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모니터의 그래프 선이 살짝 달라졌다. 나는 황급히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른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온다. 나는 병실 밖으로 밀려난다.

유리창 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때로는 진실한 고백에 필요한 것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닌, 그저 늦지 않은 용기일 뿐이라고. 그리고 이 병원은,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