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병원: 마지막 체크아웃
병원 시계가 정확히 자정을 가리켰을 때, 그녀는 내게 이별을 선고했다. 의사가 아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진단은 의학용어보다 더 명확했고, 어떤 모르핀보다 강력했다.
"우리,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어." 하얀 병실 벽만큼이나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창가에서 비친 달빛 아래 번졌다. 소독약 냄새와 함께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달콤하면서도 쓰라린, 마치 이별의 맛을 미리 알려주는 듯한 향기였다.
903호실. 우리의 관계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게 된 곳. 6개월 동안 나는 이 방의 단단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그녀의 아버지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기다렸다. 하지만 사람의 인내심은 의료 기계보다 수명이 짧았다.
"미안해... 더는 못 하겠어. 아빠가 깨어나도, 안 깨어나도...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그녀의 흐느낌을 대신했다. 복도에서는 간호사들의 고무신 소리와 의료 카트의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낮에는 생명의 소리로 들리던 것들이 밤에는 왜 이리 절망적으로 들리는지.
병실 텔레비전에서는 무음으로 된 드라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은 입을 크게 벌려 말하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우리처럼. 우리도 많은 말을 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닿지 않았다.
"알아." 내가 말했다. "이곳은 사람을 소진시키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은 마치 관계의 도살장 같았다. 매일 밤 우리는 죽어가는 연인들을 목격했다. 중환자실 밖에서 서로를 붙잡고 우는 부부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침묵하는 연인들. 아픈 사람만 병실에 있는 게 아니었다. 모든 관계가 여기서는 환자였다.
그녀가 가방을 싸는 동안, 나는 창문으로 내다보았다. 병원 주차장의 불빛들이 빗속에서 번졌다. 누군가는 지금 새 생명을 맞이하러 달려오고, 또 누군가는 마지막 작별을 고하러 오고 있을 것이다. 병원은 늘 그렇게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우리 역시 6개월 전, 이 자리에서 그녀의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은 약속보다 더 강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났다. 아마도 병원에서는 작별 인사가 없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이미 너무 많은 마지막을 목격했으니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의 맥박이 기계의 리듬과 함께 여전히 뛰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적어도 오늘 밤, 이 병실에서는 단 하나의 이별만 일어났으니까.
병원 창문 밖으로 새벽이 오고 있었다. 어쩌면 모든 이별은 그저 다른 시작을 위한 체크아웃일 뿐일지도 모른다. 간호사가 들어와 차트를 확인하며 물었다. "환자분 가족은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곧 돌아올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