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의 고백: 말할 수 없는 진실
"썸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하루인 상품이야." 유리가 말한 건 자정이 코앞이었을 때였다. 카페 창문에 빗방울이 흩날리는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우리는 '단순한 친구'와 '그 이상' 사이의 경계에서 세 달째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마주 앉은 유리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떨구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내 심장도 그와 같은 리듬으로 떨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항상 존재했다.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 사라질까 두려워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오늘 진지한 이야기가 있다고 했잖아." 유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향기는 언제나처럼 라벤더와 바닐라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나... 고백할 게 있어."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드디어, 우리가 서로에게 품었던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이 온 것일까? 그녀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고백이 끝나고 나서도 기회는 있을 테니까.
"사실 나... 다음 주에 캐나다로 떠나." 유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1년 과정이야. 어제 최종 통보를 받았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대했던 고백은 아니었다. 카페의 소음이 갑자기 크게 들려왔다. 바리스타의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 옆 테이블의 웃음소리,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까지.
"그래서," 유리가 마침내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계속 이렇게 애매하게 지내는 게 옳은지 모르겠어. 썸만 타다가 끝낼 순 없잖아."
이제 선택의 순간이었다. 내가 용기를 내어 진짜 감정을 고백할 차례였다. 하지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유리의 전화였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전화를 받았다.
"지금? 알았어, 금방 갈게." 유리가 서둘러 일어섰다. "미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 이야기는 담에 마저 할게."
그녀가 나가고 난 카페는 갑자기 텅 비어 보였다.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반지 상자를 꺼내 바라보았다. 오늘 고백하려고 준비했던 물건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내가 전에 유리에게 건넸던 것이다.
거기엔 간단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썸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하루인 상품이야."
오늘이 그 하루의 마지막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었을까? 빗줄기가 창문에 더 강하게 부딪히는 동안, 나는 결국 하지 못한 고백을 가슴에 담은 채 커피잔만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