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썸타기: 헤어짐 이후의 춤
그녀가 연락해왔을 때, 나는 우리의 이별이 완결된 이야기라고 믿고 있었다. 6개월 만의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에 뜬 그녀의 이름은 마치 유령을 보는 것 같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
무해한 다섯 글자가 폭풍을 예고하는 고요처럼 내 화면에 떠올랐다. 나는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뒤척이던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서울의 밤은 결코 완전한 어둠이 아니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그 빛은 마치 우리의 관계처럼 명확하지 않은 경계를 만들어냈다.
"어... 그래. 너는?"
무심한 척 답장했지만,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3년의 연애 끝에 서로를 너무 아프게 했다. 이별은 길고 지루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다음 주에 시간 있어? 커피라도 마실까 해서."
커피. 그 단어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대학 앞 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카라멜 마키아토 향기와 그녀의 웃음소리가 겹쳐졌다. 손끝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우리는 결국 만났다. 너무 많이 달라진 그녀, 아니면 너무 많이 달라진 나. 대화는 어색했지만, 두 번째 만남은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세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영화를 봤고, 네 번째에는 손이 스쳤을 때 의도적으로 피하지 않았다.
"우리 이거 뭐 하는 거야?" 다섯 번째 만남에서 내가 물었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몰라. 재미있잖아."
이별한 연인들의 썸타기. 그것은 알코올 없이 취하는 느낌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순적인 춤. 우리는 서로의 어두운 구석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행동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 기억해?" 여섯 번째 만남에서 그녀가 물었다.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건 내 피부에 새겨진 문신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고, 현실은 우리를 배신했다. 아니,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 그저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드러날 뿐이야." 내가 말했다.
그날 밤,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했다. 이별 후의 썸타기는 마치 상처를 긁는 것과 같았다. 달콤하지만 위험한, 그리고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환상이었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이번엔 제대로 안녕이네요."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가끔은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이 이야기 자체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춤은 적절한 때에 멈출 줄 아는 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