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숨기는 아내
그녀가 과자를 숨기기 시작한 건 내가 당뇨 진단을 받은 날부터였다. 처음엔 서랍 안이었다. 그다음엔 냉장고 야채칸, 그 다음엔 옷장 맨 위 선반까지. 마치 보물찾기 게임 같았다. 그 과자들이 내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달콤한 초코파이의 부드러운 마시멜로우, 바삭거리는 감자칩의 짭조름한 맛,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버터쿠키의 풍미. 내 혀는 그 기억들을 절대 잊지 못했다. 때로는 밤중에 일어나 부엌을 서성이기도 했다. 아내는 모르는 척했지만, 그녀의 긴장된 호흡 소리로 보아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겨우 과자 몇 개가 뭐가 중요해?" 어느 날 나는 폭발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즐거움마저 빼앗을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혈당 수치가 적힌 의사의 메모를 내밀었다. 숫자들이 모두 빨간색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구겨버렸다.
하루는 우연히 그녀의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과자가 아니라 장례식장 팸플릿이 있었다. 내 이름이 메모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만약을 대비해'라는 글씨가 떨리는 필체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에는 더 작은 글씨로: '아직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아내가 잠든 후 부엌으로 내려갔다. 냉장고 위 선반, 그녀가 최근에 과자들을 숨겨둔 장소였다. 손을 뻗어 과자 봉지를 만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터무니없이 크게 들렸다. 그때 등 뒤에서 불이 켜졌다.
"제발,"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돌아와서 내 옆에 누워줘."
그녀의 얼굴에는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감정이 있었다. 공포였다. 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손에 쥔 과자 봉지를 바라보았다. 뜯지 않은 상태였다. 과자보다 무거운 무언가가 내 손에 들려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미래, 어쩌면.
천천히 과자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아내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말없이 침실로 돌아갔다. 그날 밤, 오랜만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 한 접시와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오늘 같이 걸을까?" 쪽지 옆에는 반으로 쪼개진 과자 하나. 꼭 두 사람이 나눠 먹기 좋은 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