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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여행

과자가 이끄는 여행: 달콤한 기억의 항로

과자 봉지를 뜯는 소리가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워버렸다. 나는 그 소리에 이끌려 열두 살의 여름으로 돌아갔다.

오늘 아침,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비행기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공항 면세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딸기 웨하스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었다. 첫 입을 베어 물자마자 입 안에서 부서지는 과자의 바삭한 식감, 그 달콤하고 인공적인 딸기향이 코를 찌르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할머니, 이거 먹어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열두 살의 나는 할머니의 시골집을 방문할 때마다 도시에서 사온 과자들을 자랑스럽게 펼쳐놓곤 했다. 할머니는 항상 "이런 것보다 할미가 만든 쌀강정이 더 맛있지 않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내가 건네는 딸기 웨하스만큼은 특별히 좋아하셨다. 주름진 손으로 조심스럽게 과자를 받아 드시던 모습, 맛있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구름이 흘러갔다. 나는 과자 봉지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할머니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여행을 떠났다. 웨하스를 하나씩 꺼내 먹을 때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마당에서 수박 먹던 날, 밤하늘의 별을 세던 밤,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나누던 이야기들...

"음료 드릴까요?" 승무원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상하게도 이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위로가 가슴을 채웠다. 할머니는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이 달콤한 과자 한 조각에 담긴 기억으로 언제든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웨하스를 조심스럽게 봉지에 넣어 가방에 챙겼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작은 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예상치 못한 기억과 감정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는. 그리고 그 여행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귀국 심사대를 지나며 문득 깨달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추억은 만료되지 않는 여행 티켓이라는 것을. 그 티켓은 때로는 딸기 맛 웨하스처럼 달콤한 형태로 우리 손 안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