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찾는 간식: 잃어버린 맛의 기억
오후 3시 27분, 나의 편의점 카운터에 검은 우산 하나가 떠 있었다. 비는 일주일 전에 그쳤는데. 우산 아래엔 아무도 없었다.
"저기요, 과자 코너가 어디인가요?"
목소리는 우산 아래에서 나왔다. 어린아이 같은, 그러나 어딘가 오래된 목소리. 손님이 없는 늦은 오후, 에어컨 바람만이 차갑게 내 등골을 훑었다.
"저... 오른쪽 세 번째 진열대입니다."
우산이 천천히 움직였다. CCTV 모니터를 보니 과자 진열대 앞에 검은 우산만 홀로 서 있었다. 우산 아래에서 무언가 과자 봉지들을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찰칵, 바스락, 찰칵.
"없네요. 제가 찾는 게 없어요."
우산이 다시 카운터로 다가왔다. 이번엔 우산 아래로 희미한 발자국 자국이 보였다. 물기 없는, 먼지로 남은 발자국. 어린아이 크기였다.
"무슨 간식을 찾으시나요?"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딸기 우유 아이스크림요. 네모난 통에 들어있던 거요. 엄마가 항상 사주셨어요. 30년 전에."
숨이 턱 막혔다. 그 아이스크림은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만 존재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사주셨던 그것.
"그... 그건 이제 안 팔아요. 단종된 지 오래됐어요."
우산 아래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숨이 편의점 전체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항상 그래요. 어디를 가도 제가 찾는 건 없어요. 맛의 기억만 남아있는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열었다. 거기엔 내가 오래전부터 모아온 단종된 과자와 사탕 몇 개가 있었다. 취미였다. 사라진 맛을 수집하는.
"이건... 같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맛이에요. 제가 찾은 것들인데." 딸기 맛 사탕과 오래된 쿠키를 내밀었다.
우산 아래에서 작은 손이 나와 사탕을 집어갔다. 포장지를 벗기는 소리, 그리고 사탕을 입에 넣는 소리가 들렸다.
"달라요... 하지만, 괜찮아요. 누군가 기억해준다는 게."
우산이 천천히 접혔다. 그제서야 우산 아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창백한 얼굴의 소녀, 오래된 교복, 그리고 맨발. 그녀의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마워요. 30년 동안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어요.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했고요. 당신은 특별해요... 당신도 그 맛을 기억하니까."
소녀는 미소를 지었고, 천천히 흐려졌다.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색이 바래가며.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돈다.
"맛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것이 우리를 이 세상에 붙들어두는 거예요."
그날 이후, 나는 편의점 한 구석에 '추억의 간식 코너'를 만들었다. 찾는 이는 많지 않지만, 가끔 검은 우산을 든 손님들이 들른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찾고 있다. 시간 속에 사라진, 그러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한 그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