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게임: 우승자는 없다
"너는 이미 게임을 시작했어." 내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다운로드 중...'이라는 메시지만 보여주고 있었다. 밤 3시, 모두가 잠든 시간. 익명의 개발자가 만들었다는 이 앱에 대해 온라인 포럼에서 읽었다. '귀신의 눈'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다운로드가 완료되고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었다.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단 한 줄.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 순간 내 방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창문이 열린 것도 아닌데, 내 숨이 하얗게 공기 중에 맺혔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자 화면에 내 방이 비춰졌지만, 무언가 달랐다. 화면 속 내 방 구석에 희미한 실루엣이 보였다. 사람 형체였다.
"규칙은 간단해. 나를 찾으면 네가 이기는 거야." 다시 그 목소리. 이번엔 분명 내 뒤에서 들렸다. 몸을 홱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다시 같은 자리를 비추자, 그 형체는 이제 내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화면을 통해서만 보이는 존재.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올리자 그녀는 이제 내 옷장 앞에 서 있었다. 공포에 질려 앱을 종료하려 했지만, 화면은 계속해서 카메라 모드로 남아있었다. 전원 버튼을 눌러도 소용없었다. "게임은 내가 끝내기 전까지 계속돼. 도망칠 생각 말고." 이번엔 목소리가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나왔다.
욕실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거울을 바라봤다. 내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공포로 크게 떠져 있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물을 틀어 얼굴을 씻었다.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물소리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그녀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이번엔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거울 속에서.
"게임의 진짜 목적은 나를 찾는 게 아니야. 네가 나를 볼 때마다, 나는 너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는 거지." 거울 속 그녀가 말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은 얼어붙은 듯했다. 그녀의 손이 거울에서 빠져나와 내 어깨에 닿았다. 차갑고 무거웠다.
"게임은 이제 끝났어. 너는 졌어." 그녀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머리를 흔들며 거울에서 물러섰다. 방으로 뛰쳐나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앱은 사라졌고, 화면은 정상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게 그저 공포를 조장하는 AR 게임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가끔,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마다 화면에 비치는 내 얼굴 뒤로 희미한 여자의 형체가 보인다. 그리고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을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온다. 어쩌면 게임은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는 내가 귀신의 세계에서 그녀의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