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단맛: 잊혀진 과자 가게 이야기
붉은 석양이 창가에 말라붙은 사탕처럼 늘어지던 그날, 골목길 끝에 오래된 과자 가게가 나타났다. 어제까지 그 자리에 버려진 자판기만 있었는데, 오늘은 '추억의 맛' 이라는 간판을 단 낡은 가게가 서 있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후로 혼자 학교를 오가는 내게, 그 가게는 안개 속에서 불빛처럼 나를 부르고 있었다.
유리문을 밀자 작은 방울소리와 함께 달콤한 설탕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가게 안은 70년대에서 그대로 떨어져 나온 듯했다. 노란빛 백열등 아래, 유리 진열장 안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포장지의 과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세월에 바랜 듯한 그 색감이 어쩐지 진실되게 느껴졌다.
"어서 와, 무엇을 고를지 이미 알고 있지?" 카운터 뒤에서 흰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처럼 희미했고, 할머니의 얼굴은 주름 사이로 아이의 웃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할머니는 반짝이는 빨간색 포장지의 사탕을 내게 건넸다. "엄마가 좋아하던 거야."
냉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엄마가 어떤 과자를 좋아하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 사탕을 받았을 때, 그 포장지 위로 '달콤한 추억, 1985년 한정판'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엄마가 열 살이었을 때의 해였다.
"잃어버린 기억은 가끔 달콤한 맛으로 돌아오기도 한단다." 할머니가 미소 지었고, 그 미소 속에서 순간 할머니의 얼굴이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돈을 내려고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할머니는 손을 내저었다. "네 엄마가 이미 오래전에 값을 치렀단다."
가게를 나서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병원이었다. 어젯밤부터 혼수상태였던 엄마가 갑자기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이었다. 놀라서 사탕을 꽉 쥐었는데, 그때 포장지가 바스락거리며 내 손가락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그곳에는 사탕이 아닌, 바래진 종이 한 장이 있었다. 펼쳐보니 유치원 시절 내가 그린 그림이었다. 엄마와 내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 엄마가 교통사고로 쓰러지기 전날 밤 엄마에게 선물했던 그림이었다.
뒤돌아보니 과자 가게는 사라지고 없었다. 녹슨 자판기만이 석양 속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자 내 팔에 소름이 돋았고, 귓가에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가끔은 귀신도 과자처럼 달콤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단다."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추억은 과자처럼 포장되어 있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귀신들은 그 포장지 너머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그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그 맛을 다시 선물하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