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귀신날씨

귀신이 만든 날씨: 비 오는 날의 약속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녀는 온다. 처음 그녀를 본 것도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던 저녁이었다. 물기 젖은 창가에 흐릿하게 비친 그림자,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발밑에는 물웅덩이가 없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가볍고 나지막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날씨 예보는 항상 틀려요. 내일은 해가 쨍쨍할 거예요."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은 적중했다. 다음 날 아침, 비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뜨거운 태양이 도시를 내리쬐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비가 내리던 날 그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아파트 현관에 서 있었다.

"오늘은 비가 일주일 동안 계속될 거예요. 우산을 준비하세요." 그녀의 젖지 않은 옷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창백한 피부에 반사된 비의 습기가 어쩐지 진짜 같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비는 일주일 내내 그치지 않았다. 세 번째 만남에서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어떻게 날씨를 알 수 있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 동네에 오래 살았어요. 그리고... 날씨는 내가 만들어요."

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는 손가락을 하늘로 가리켰다. 그 순간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녀의 모습이 달빛에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살아있을 때 기상예보관이었어요. 내 예보가 틀려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죠... 특히 그 태풍 날은..." 그녀의 목소리가 한순간 바람처럼 흩어졌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녀는 나타났고,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0년 전 대형 태풍 예보를 잘못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후 자책감에 시달렸던 그녀. 결국 비 오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내가 떠난 후에야 날씨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그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해요. 적어도 당신에게는 정확한 날씨를 알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날씨 예보는 항상 맞았다. 사람들은 내가 일기예보에 탁월한 감각이 있다며 놀라워했다. 일 년이 지나고, 그녀의 방문은 점점 뜸해졌다. 마지막 날, 그녀는 처음으로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은 내 손을 통과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에요. 당신에게 마지막 예보를 들려드릴게요. 앞으로 당신의 인생은 맑음, 간혹 구름이 끼겠지만 곧 갤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지만, 더는 오지 않는다. 대신 나는 일기 예보관이 되어 사람들에게 내일의 날씨를 알려준다. 가끔은 과학적 근거 없이, 그저 직감에 의존할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그런 날의 예보는 절대 틀리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