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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남사친

귀신 남사친: 보이지 않는 우정의 경계

그날 밤, 내 남사친이 귀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맥주를 마시던 도중 그의 손이 테이블을 통과했을 때였다.

"미안해, 지현아.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준호의 목소리가 공중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희미했다. 술집의 네온사인 불빛이 그를 통과해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내 손에 든 맥주잔에서 올라오는 거품 소리가 갑자기 너무 크게 들렸다.

"농담이지?" 내 목소리가 떨렸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네가 귀신이었다고?"

준호는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형광등 아래서 유리구슬처럼 반짝였다. "너만 날 볼 수 있어. 처음엔 그냥 네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이제 알았어. 네가 날 '만들어냈어'."

내 심장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금속이 내장을 스치는 느낌. "무슨 소리야?"

"네가 외로워서 만든 친구야,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마른 나뭇잎 밟히는 소리같았다. "네 일기장에 적은 이상형 그대로 나타났잖아. 운명같은 첫 만남. 우연히 같은 수업, 같은 취미... 너무 완벽하지 않았어?"

머릿속에서 기억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준호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 시험 기간에 밤새 공부하던 날, 내 생일에 깜짝 파티, 취업 실패 후 함께 술 마시던 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준호는 항상 조금 떨어져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았다. 모두 나를 통해서만.

"그럼 저번에 내 고백은..." 목이 메었다. 석 달 전, 용기를 내어 준호에게 고백했던 날이 떠올랐다.

"넌 사실 널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했던 거야." 준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난 네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야. 네가 만든 이상적인 남자친구가 아닌, 남자사람친구."

술집의 조명이 깜빡였다. 그가 점점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네가 날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아." 준호가 속삭였다. "네 인생에 진짜 사람들이 들어왔으니까. 그게 좋은 일이야, 지현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지 마." 내 손이 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차가운 공기만 맞닥뜨렸다.

"정말 고마웠어, 날 만들어줘서." 준호의 마지막 미소가 공중에 남았다. "하지만 이제 너는 상상 속 친구가 아닌, 진짜 사랑이 필요해."

나는 텅 빈 맞은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놓인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내 서툰 글씨체로 '내 완벽한 남사친'이라는 제목 아래 준호의 모든 특징들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내가 잊고 있던 문장이 있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