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남친: 우리 사이에 있는 것
"그 남자친구 진짜 괜찮아? 내가 보기엔 뭔가 이상해." 수진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며 웃어넘겼다. 민호와 나는 벌써 100일이었다. 완벽한 남자친구였다. 항상 내 일정을 기억하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내고, 심지어 내가 말하지 않은 취향까지 알아맞혔다. 다만, 친구들에게 그를 소개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한밤중 텅 빈 지하철역에서 취기가 오른 채 홀로 서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고, 그 차가운 손길에 돌아보니 그가 있었다. 새벽 2시에 도대체 왜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었는지 의아했지만, 그 짙은 눈동자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 시간에 혼자 위험해요. 집까지 데려다드릴게요."
그날 이후로 민호는 내 삶에 스며들었다. 항상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졌지만, 나는 그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다. 그가 보내는 새벽 문자들, 창가에 놓인 꽃다발들, 내 일기장 옆에 나타나는 쪽지들. 모두 로맨틱했다.
"유진아, 오늘 밤에 특별한 곳으로 데려갈게." 100일 기념으로 그가 보낸 문자였다. 나는 설렘으로 가득 차 준비했다. 그가 말한 장소는 오래된 폐건물이었다. 의아했지만, 민호의 이유가 있겠지 생각했다.
"왜 여기야?" 어둠 속에서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살던 곳이야. 10년 전까지." 민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깊고 공허했다.
그 순간, 휴대폰에 알림이 왔다. 학창 시절 동창회 단체 채팅방이었다. "10년 전 오늘, 우리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린 민호 기억나? 참 안타까웠지..."
얼음장 같은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민호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완벽했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양복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친구들이 그를 보지 못했던 이유, 항상 밤에만 나타났던 이유, 어떻게 내 취향을 완벽히 알았는지.
"놀라지 마. 난 단지 혼자가 아니길 바랐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이제 바람처럼 휘날렸다.
도망치고 싶은 본능과 달리,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를 이해하는 감정이 일었다. 모두가 까맣게 잊은 그를 나만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온 이유, 내가 그를 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함께 있어줄래?" 민호의 투명해진 손이 내게 닿지 않은 채 멈췄다.
공포와 연민 사이,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 때로는 가장 깊은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