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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노래

귀신의 노래: 그 멜로디를 기억하시나요

그 노래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할머니의 장례식 날이었다. 유독 창백했던 초겨울의 햇살 속에서, 나는 뒤늦게 찾아온 죄책감과 씨름하며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귓가에 희미하게 스며드는 그 멜로디. 어릴 적 할머니가 내게 불러주던 자장가였다.

"들리세요?" 옆에 선 사촌에게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날 밤, 나는 동화책처럼 오래된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문득 페이지를 넘기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 1954년 12월 19일 일기에는 내가 들었던 그 노래의 가사가 적혀 있었다. '내 딸아, 이 노래를 기억해주렴. 우리 가족만이 아는 이 노래를...'

할머니에겐 딸이 없었다. 아들만 둘, 그중 하나가 내 아버지였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희미한 연필 자국으로 쓰인 글씨가 나타났다. '오늘 전쟁터에서 내 딸아이를 잃었다. 열 살 생일을 이틀 앞두고. 마을이 폭격을 맞았을 때 그 아이는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일기장을 덮으려는 순간,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백열등이 깜빡였고, 노래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엔 더 선명하게.

창가에 서 있던 소녀를 발견했을 때,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투명한 윤곽을 가진 그 아이는 내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의 자장가를. 소녀의 주변으로 희미한 빛이 맴돌았고, 그 안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할머니가 너에게도 이 노래를 불러주셨구나." 소녀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방 안을 맴돌았다. "너는 내가 될 뻔했던 사람이야. 할머니가 날 잊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손에 땀이 배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공포는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깊은 연민과 슬픔이 차올랐다. "네 이름이 뭐니?" 내 질문에 소녀는 할머니의 일기장을 가리켰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내 딸 수연이가 오늘 영원히 열 살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노란 꽃 한 송이가 눌려 있었다. 할머니 정원에서 매년 피던 것과 같은 꽃이었다.

"우리 함께 노래할래?" 소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떨리는 목소리로 할머니의 자장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멜로디가 방 안을 채우는 동안, 소녀의 모습은 점점 선명해졌다가 마침내 황금빛 입자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제 나는 매일 밤 그 노래를 부른다. 내게만 들리는 화음이 함께할 때면, 나는 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이모와 할머니가 서로를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창가에 노란 꽃이 한 송이 놓여있곤 한다 - 귀신의 노래가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