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대표님: 퇴사는 불가능합니다
죽은 사람이 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나만 알고 있다. 대표님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입사 첫날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화상회의로만 대표님을 만났지만, 나는 특별히 직접 미팅을 요청받았다. 회의실 문을 열자 창가에 서 있던 그가 돌아봤고, 잠시 햇빛이 그를 통과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미소지으며 내게 다가왔지만,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김 대리, 우리 회사에 온 걸 환영해. 너만 날 볼 수 있는 것 같아. 특별한 재능이군."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도망치려던 나를 그가 손짓으로 불러세웠다. 하지만 닿지는 않았다.
"겁먹지 마. 해고하거나 해치지 않아. 다만... 네가 필요해."
그렇게 나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중재자가 되었다. 대표님의 지시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그의 '특별한 경영 노하우'를 구현하는 역할이었다. 사실 그의 경영은 탁월했다. 기업 가치는 3년 만에 10배로 뛰었고, 직원들은 그를 천재 CEO라 불렀다.
그가 어떻게 이런 통찰력을 갖게 되었는지 어느 날 물었다.
"죽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어. 사람들의 욕망, 시장의 흐름, 미래의 변화... 살아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 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항상 허무함이 깃들어 있었다. 창업 직후 과로로 쓰러져 죽었지만, 강한 집착으로 이 세계에 남아있다고 했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회사를 성공시키는 것. 그 후에야 편히 떠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나는 사표를 들고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5년간의 광기어린 업무에 지쳐버렸다. 하지만 그가 내 사표를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김 과장, 자네 퇴사는 불가능해. 내가 떠나는 그날까지 함께해야 하네."
그의 미소 뒤에 어둠이 깊어졌다. 창밖으로 회사 건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 IPO가 성공하면 내 목표가 달성돼. 그때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거야."
사표를 구겨 주머니에 넣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귀신 대표님이 저세상으로 떠나는 날, 그의 '특별한 조수'인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어쩌면 나도 그를 따라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형광등 불빛처럼 사무실 구석구석에서 깜빡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