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대학교: 졸업하지 못한 자들의 교정
대학교 4년 내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본관 3층 화장실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날은 졸업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인문대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2월의 찬 바람이 민준의 목덜미를 스쳤다. 도서관에서 나온 그는 불현듯 졸업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입학 때부터 들려온 소문, 본관 3층 화장실에는 20년 전 졸업을 하루 앞두고 사망한 학생의 귀신이 산다는 이야기였다.
"민준아, 어디 가? 졸업 전야제 시작한대." 친구 수영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민준은 대답 대신 본관으로 향했다.
불이 꺼진 본관은 낮의 분주함을 벗어던진 채 적막에 잠겨 있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을 때마다 건물 전체가 신음하는 것 같았다. 3층에 도착하자 형광등 하나가 깜빡거렸다. 복도 끝, 화장실 문 앞에 섰을 때 민준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손잡이를 돌리자 예상과 달리 문이 쉽게 열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 적막을 깼다. 툭. 또 한 방울. 툭.
"여기 아무도 없네..." 민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도 없는 건 아닌데."
민준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울 속에는 민준 혼자뿐이었지만, 명백히 누군가가 말을 했다. 차가운 손길이 어깨에 닿았다.
"나 좀 도와줄래? 내일이 졸업식인데, 졸업 논문이 통과가 안 됐어."
민준은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그때 화장실 칸에서 누군가 나왔다. 대학 유니폼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그녀의 옷은 90년대 스타일이었고, 그녀가 걸을 때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 윤서야. 인문대 94학번. 내일 졸업인데..."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슬퍼 보였다.
"네 눈에 내가 보여?" 윤서가 물었다. "보통은 아무도 나를 못 봐. 그런데 매년 졸업 전날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나를 볼 수 있어."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같은... 처지라뇨?"
"졸업 못 할 사람들." 윤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너, 3학년 때 '현대문학비평' 수업 F 받고 재수강 안 했지? 학점 계산해보니 0.1점 부족해서 내일 졸업 못 해."
민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실제로 그 과목을 재수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학점을 계산해보지는 않았다.
"그건... 거짓말이겠죠?"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대학엔 두 종류의 학생이 있어. 졸업하는 자와 이곳에 영원히 머무는 자." 윤서가 웃었다. "나는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 이 화장실에서... 그날이 졸업 전날이었어."
민준은 뒷걸음질 쳤다. 윤서의 발밑에서 물웅덩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걱정 마, 너는 나처럼 되지 않을 거야." 윤서가 다가왔다. "나는 그냥 매년 이날, 나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을 만나는 거지. 네가 지금 바로 학사관리과에 가면 행정 오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민준은 정신없이 화장실을 뛰쳐나와 청원서를 작성하고 밤새 기다렸다. 아침, 행정팀이 출근하자마자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몇 시간 후, 그는 실제로 0.1점이 부족했지만 행정 오류로 인정받아 졸업이 허가되었다.
그날 졸업식, 민준은 본관을 바라보았다. 3층 화장실 창가에 윤서가 서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민준도 손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 이 캠퍼스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