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드라마: 마지막 에피소드
제작진이 모두 떠난 스튜디오에서 모니터가 홀로 빛을 발했다. 심야 방송이 끝난 지 한 시간, 아무도 끄지 않은 모니터에는 '귀신 보는 여자'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정지 화면으로 남아있었다.
"내가 진짜 주인공인데." 스튜디오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설아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손에 든 대본이 희미하게 빛났다. 드라마의 작가로서 마지막 에피소드 촬영을 지켜보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있던 그녀였다. 부스러기처럼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이설아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텅 빈 스튜디오에 메아리쳤다.
대답 대신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목덜미를 스쳤다. 커피 잔이 테이블 위에서 저절로 움직이더니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도자기 파편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내 이야기를 훔쳤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가까이서. "내 인생을 시청률로 팔아넘겼어."
이설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콘크리트 벽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냄새와 오래된 조명에서 나는 먼지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그녀는 대본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왔다.
"당신... 정말 존재했던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김하늘 씨?"
모니터 화면이 깜빡이더니 정지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촬영본이 아닌, 전혀 새로운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여자가 창문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 대본에는 없던 장면, 방송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연구자료로만 사용하겠다더니."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내 죽음을 상품으로 만들었네."
이설아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드라마 속 귀신 분장보다 훨씬 처참한 모습의 여자를. 김하늘의 모습을. 실제로 존재했던,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 여자를.
"당신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것뿐이에요." 이설아는 뒷걸음질 쳤다. "픽션이라고요, 픽션!"
"내 일기장을 읽었지. 내 상담기록을 훔쳐봤지." 유령은 조금씩 다가왔다. "내가 본 귀신들, 내가 겪은 악몽, 모두 네 드라마의 소재가 됐어."
이설아의 등이 벽에 닿았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모든 작가가 그렇게 해요. 리서치는... 창작의 기본이에요."
"내 생애 마지막 장면까지 똑같이 베꼈으면서?" 유령의 두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살아남는 걸로 바꾼 것만 빼고."
이설아의 머릿속에 대본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귀신들과의 화해, 주인공의 생존, 해피엔딩.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었다.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그녀는 간신히 물었다.
김하늘의 유령이 미소 지었다. "진짜 마지막 에피소드를 쓰려고. 네가 주인공이야."
다음 날 아침, 청소부가 스튜디오 바닥에 떨어진 대본을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붉은 잉크로 새로운 결말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폭소 중인 작가의 마지막 셀카가 핸드폰 화면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