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속삭인 비밀
모두가 잠든 밤, 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그저 바람 소리인 줄 알았다. 투명한 커튼이 살랑거리며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 오래된 아파트 창틀을 통해 스며드는 밤의 속삭임.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너는 이미 죽었어." 창백한 달빛이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차갑고 명확했다.
내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거울 속 얼굴은 여전히 나였다. 하지만 어젯밤부터 사람들은 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만진 물건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는데, 어머니가 들어와 "또 귀신이 커피 냄새를 피우네"라고 중얼거렸다.
그때부터 나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거울에 서린 안개 같은 내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순간, 고양이가 갑자기 등을 돋우며 내 방향을 노려보는 이유를.
의문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죽었을까?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 기억은 비 오는 밤,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진 것. 그러고 보니 이마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거울 속에서만 보이는 푸르스름한 멍이.
"비밀을 알려줄게."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내 목소리 같기도, 낯선 이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이끌리듯 서랍을 열었다. 오래된 일기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 일기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글씨체는 익숙했다.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나는 그녀를 계단에서 밀었다." 다음 페이지, 또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모두 같은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나를 쫓아온다."
순간 깨달았다. 내가 본 귀신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귀신이었다. 그리고 이 일기장의 주인, 내 죽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 진짜 내가 찾아야 할 존재였다. 바로 내 쌍둥이 자매.
문득 어두운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실루엣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내 얼굴을 한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일기장이 들려있었다.
"비밀은 죽어서도 비밀로 남아야 해." 그녀가 속삭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귀신에게도 복수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