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소개팅: 죽은 자와의 만남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창가에서 반사되는 저녁 햇살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모습이. 너무 희미했다. 글자 그대로.
"김서윤 씨, 맞으시죠?" 내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내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없었다. 완전히 비어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같았다. 너무 가벼워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친구가 소개해준 소개팅이었다. "서로 잘 맞을 거야, 꼭 만나봐"라고 했을 때, 나는 그저 평범한 소개팅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건...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음료 주문하시겠어요?" 내가 어색하게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전 이제 그런 것들을 즐기지 않아요."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오래된 재즈), 영화(흑백 영화), 그리고 취미(밤에 걷는 것).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는 점점 더 불편해졌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깊은 과거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진짜 웃음을 지었다. "아직 기억 못 하시는군요."
갑자기 카페의 조명이 깜빡였다.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을 때, 테이블 위에 하나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오래된 흑백 사진.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 구석에, 희미하게 보이는 소녀의 모습. 서윤이었다.
"20년 전, 그 골목에서 기다렸어요. 당신이 약속한 대로."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방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은 오지 않았죠."
어린 시절의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동네에 떠돌던 소문, 귀신이 된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친구들과 한 바보 같은 내기. '귀신을 만나러 가자'는 게임이었다. 나만 겁을 먹고 가지 않았다.
"그날... 기다렸어요.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그녀의 손이 테이블 위로 뻗어왔다. 차갑고 만질 수 없을 것 같은 투명한 손.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켜줄래요?"
소개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다. 때로는 우리가 도망쳤던 과거의 약속들이, 죽음조차 뛰어넘어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 그날 밤, 나는 그녀와 함께 어린 시절 그 골목을 걸었다.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가장 강력한 약속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