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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소설

귀신 소설의 저자

창밖으로 비가 내리던 밤, 내 책상 위에 놓인 원고지는 내가 쓰지 않은 문장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 한 줄이었다. "나는 당신이 쓰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나는 십 년째 공포 소설 작가로 활동하며 열 권의 귀신 이야기를 출판했다. 비평가들은 내 작품 속 귀신들이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생생하다고 칭찬했고, 독자들은 내 소설 속 귀신들이 너무 리얼해서 밤에 잠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내 자랑이었다. 최소한 어젯밤까지는.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내 책상 위 원고지에는 글자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잉크가 번지듯 종이 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타이핑 소리도, 펜 소리도 없었다. 오직 빗소리와 내 거친 숨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작가님, 저를 기억하시나요? 세 번째 소설 속 소녀입니다. 당신이 버려진 우물에 빠뜨려 죽이셨죠. 그 후로 제 이야기는 더 이상 쓰이지 않았어요."

손이 떨렸다. 내가 세 번째 소설에서 창조한 귀신 소녀, 우물에 빠져 죽은 열두 살 영희. 그녀는 내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캐릭터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

"이제 저희 차례입니다, 작가님. 당신이 만든 모든 귀신들이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창문에 맺힌 물방울들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내 숨결은 하얀 입김이 되어 공기 중에 떠다녔다. 책장 위에 정렬된 내 소설들이 하나둘 움직이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책장이 넘어가면서 페이지마다 담긴 귀신들이 방 안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목이 잘린 채 머리를 들고 있는 남자, 피를 흘리며 기어오는 아이, 시커먼 얼굴로 미소 짓는 노파... 내가 창조한 모든 존재들이 내 책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작가님께서는 저희에게 이야기를 주셨지만, 결말은 주지 않으셨죠. 모든 소설은 끝이 나지만, 저희는 영원히 그 고통 속에 갇혀 있어요. 이제 저희가 작가님의 이야기를 완성할 차례입니다."

내 손에 들린 펜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들이 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펜이 원고지 위를 움직이며 글을 써내려갔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귀신들에게 둘러싸여..."

펜이 멈추고, 그들이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내 마지막 작품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결말은, 아마도 내가 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