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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스트레스

귀신의 스트레스 관리법

이다슬이 전세 계약을 한 아파트에는 105년 된 귀신이 살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계약서에도 특별히 '귀신 동거'에 관한 항목은 없었으니까.

"하아..." 이다슬이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닫는 순간, 등 뒤로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오늘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그녀는 그것이 귀신의 숨결인지, 단순히 환풍구의 바람인지 구분할 여력도 없었다.

김영감은 10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 아파트에 머물러 왔다. 그는 본래 이 자리에 있던 한옥에서 돌아가신 후,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도 그대로 남았다. 영감은 50년 전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을 놀래주는 취미가 있었다. 밤중에 창문을 두드리거나, 거울에 서리를 끼게 하거나, 가끔은 숨소리를 내는 정도의 소소한 장난이었다.

하지만 요즘 세입자들은 달랐다. 특히 이다슬은 그저 귀신의 존재를 '스트레스'로 치부했다. "또 이상한 소리네. 역시 휴식이 필요해."라며 자기 몸의 이상 신호로만 여겼다.

이날 밤, 김영감은 평소처럼 다슬의 침대 발치에 앉아 그녀를 관찰했다. 핸드폰을 보며 잠들기 직전까지도 업무 메일을 확인하는 그녀의 얼굴은 지쳐 있었다. 영감은 그녀의 어깨 위에 맴도는 스트레스의 실타래를 보았다. 검은색과 회색이 뒤섞인 그 에너지는 귀신인 자신도 보기에 섬뜩했다.

"사람들이 왜 귀신보다 스트레스를 더 무서워하는지 알겠군." 김영감이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그는 세입자를 놀래주는 대신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슬의 알람이 5분 일찍 울렸고, 평소 찾기 힘들던 양말이 깔끔하게 쌍을 이루어 있었다. 출근길에 우산을 놓고 나가려 할 때는 갑자기 현관문이 안 열려 돌아와 우산을 챙기게 되었는데, 그날 오후엔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이상한 일은 다슬의 컴퓨터였다. 야근을 하려 할 때마다 갑자기 컴퓨터가 먹통이 되어 집에 일찍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늘 좋아하는 차 한 잔이 적당한 온도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내가 미쳤나? 아니면 집에 도둑이 드나?" 다슬은 처음엔 두려웠지만, 점차 이 이상한 상황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 후, 다슬의 스트레스 실타래는 연한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김영감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10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놀래주는 게 아니라 돕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날 밤, 다슬은 일기장에 썼다. "요즘 집이 나를 돌봐주는 것 같다. 미신이라면 웃겠지만, 가끔은 이 집에 귀신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수호령이라면 오래오래 함께해도 좋겠다."

김영감은 그 문장을 읽으며 웃었다. 이제야 알았다. 귀신도 사람도 결국 원하는 건 같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105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귀신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