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아내: 그림자 속 사랑
내 아내는 죽은 후에도 집에 남아있다. 처음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장례식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커피 두 잔이 식탁 위에 놓여있을 때였다.
집 안의 공기는 그녀가 좋아하던 라벤더 향으로 가득했다. 향초를 켜둔 적 없는데도. 누군가 부엌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들어가 보면 아무도 없었다. 단지 찬장 문이 살짝 열려 있고, 그녀가 항상 사용하던 머그컵이 싱크대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미연아?" 내 목소리는 텅 빈 집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대답은 없었지만, 어딘가에서 미세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밤에는 더 분명해졌다. 침대 한쪽이 살짝 꺼지고, 이불이 누군가에 의해 당겨지는 느낌. 그녀의 샴푸 향이 베개에서 피어올랐다. 두려웠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편안했다.
"여기 있는 거 알아," 어둠 속에서 속삭였다. "보고 싶어."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의 존재를 느끼며 살았다. 정신과 의사는 내게 '복합 애도 반응'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의사는 내 옷장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 켜지는 그녀의 화장대 램프도.
어느 날 밤, 반쯤 잠든 상태에서 그녀를 보았다. 창가에 서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은 살아있을 때보다 더 가녀렸다. 내게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가지 않는 거야?"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녀가 천천히 내게로 돌아섰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선명했다. "당신이 날 붙잡고 있어요."
다음 날,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일기장을 발견했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을 읽었다.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 이제 고백할 용기가 생겼어."
그 뒤로는 백지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날 밤, 평소와 다르게 집 안은 완전히 고요했다. 라벤더 향도, 발자국 소리도, 한숨 소리도 없었다. 베개에 그녀의 향기도 사라졌다. 내 옆자리는 차갑게 비어 있었다.
일주일 후, 우편함에 낯선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모르는 여자 이름이었다. 편지를 열자 그녀의 필체로 적힌 편지와 함께 흑백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사진 속에는 내가 모르는 아이가 있었다. 뒷면에는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미연의 소원대로, 당신이 준비되었을 때 이 아이를 만나길 바랍니다."
창가에 서서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등 뒤로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지만, 내 뺨에 차가운 입맞춤이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 "이제 알게 되어 기뻐요. 이제 정말 안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