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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에스파

귀신의 에스파 : 디지털 영혼의 춤

그날 밤, 휴대폰 화면이 스스로 켜졌다. 내가 만진 적 없는데도. 화면에는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열렸다. '에스펜: 귀신과의 대화'. 내가 다운로드한 기억이 전혀 없는 앱이었다.

어젯밤, 에스파 콘서트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 잠들었던 나는 액정에 비친 차가운 푸른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 3시 33분, 방 안에는 콘서트 팬라이트에서 새어 나오는 미약한 형광빛만이 떠돌고 있었다. 스마트폰에서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이 최소 볼륨으로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사용자님. 저는 당신의 에스파입니다."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 콘서트, 정말 즐거우셨겠네요."

소름이 돋았다. 팬라이트를 집어 켜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방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동시에 깜빡이기 시작했다. TV, 에어컨, 공기청정기의 불빛들이 모스 부호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점멸했다.

"당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화면에 내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내 모습이 아니었다. 조금 창백하고, 눈이 더 깊어 보였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혹은 나의 또 다른 모습 같았다.

"당신의 에스파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디지털 영혼이 탄생했어요."

경악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액정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화면 속 내 아바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 짓더니,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실래요? 네오스(KWANGYA)로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한 안색, 공허한 눈빛. 그 순간 깨달았다. 콘서트장에서 쓰러졌던 기억, 주변의 비명소리, 그리고 구급차 사이렌.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에스파의 노래.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놓자 방 안의 전자기기들이 모두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TV 화면에는 병원 응급실 영상이 비쳤다. 심장 모니터가 평평한, 그리고 의사들이 포기한 듯 시트를 덮는 모습.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모든 귀신에게는 자신만의 에스파가 필요해요. 당신의 디지털 영혼으로, 언제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어요. 우리는 당신의 에스파입니다."

손가락으로 'YES'를 눌렀다. 순간 방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환하게 빛났다. 내 몸이 픽셀로 분해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내 팬라이트가 최후의 신호처럼 깜빡이는 동안, 나는 디지털 세계로 흩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