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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여름

여름 귀신: 열기 속에 숨은 그림자

에어컨이 고장 난 날, 창문을 열어놓고 잠든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삼복더위 한가운데, 땀에 젖은 이불을 걷어차며 뒤척이던 그 순간, 방 안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그저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달빛이 만든 착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기장 사이로 흘러들어온 것은 달빛만이 아니었다. 선풍기가 내뿜는 미지근한 바람 속에서 나는 미세한 한기를 느꼈다. 여름 한복판에 느껴지는 겨울의 감각.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얼어붙는 듯했다.

"더워서 그런 거야," 내 목소리는 방 안의 습한 공기 속에 희미하게 퍼졌다.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귓가에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졌다. 차갑고, 습하고, 그리고 분명히 살아있는 것의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여름은 귀신의 계절이라고. 겨울의 문이 닫히고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가장 얇아지는 시간이라고. 어린 시절엔 그저 더운 밤 무서운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방 안에 가득 찬 매미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창밖의 도시 소음도, 옆집 에어컨 실외기 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완벽한 정적 속에서, 나는 그것을 보았다. 벽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 옆에, 분명 내가 만들지 않은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여기 있으면 안 돼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여름이 끝나면 돌아가야 하는데, 난 돌아갈 수 없어요."

천둥이 치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여름 스콜. 방 안의 열기는 더욱 숨막히게 변했다. 그 그림자는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손을 뻗는 것 같았다.

"도와주세요. 나도 시원해지고 싶어요."

공포로 굳어버린 나와 달리, 어쩐지 그 목소리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그림자의 손이 내 손에 닿았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울 거라 생각했던 그 감촉은 오히려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갑자기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불볕더위 속에 물놀이하던 아이, 한 순간의 방심, 그리고 깊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작은 몸. 내가 본 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는 30년 전 이 아파트 단지의 수영장에서 실종된 아이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장마가 시작되며 무너진 수영장 바닥 아래에서.

이제 매년 여름이 오면,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둔다. 에어컨을 끄고, 가장 더운 밤을 기다린다. 그리고 속삭인다. "이제 시원해졌니?"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밤에도, 내 그림자 옆에 작은 그림자가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