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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직장

귀신 직장: 사무실에서 만난 그림자

"마감 시간이 지났습니다." 나는 그 말을 하자마자 사무실 구석에서 들려온 희미한 웃음소리에 몸을 굳혔다. 새벽 2시, 38층 사무실에 나 혼자뿐이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이 건물로 이사온 지 세 달째.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야근할 때만 들리는 키보드 소리, 화장실 거울에 비치는 낯선 얼굴, 엘리베이터가 아무도 누르지 않았는데 38층에 멈추는 일. 나는 그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집단 망상이라 생각했다. 오늘까지는.

모니터 화면이 깜빡였다. 저장하지 않은 보고서가 있었는데, 화면에는 내가 쓰지 않은 글자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나.도.일.해.야.해.' 형광등 불빛이 떨리며 사무실 전체가 불안한 파란빛으로 물들었다. 내 뒤편에서 누군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공기가 목덜미를 스쳤다.

"누, 누구세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대답 대신 프린터가 갑자기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끝없이 종이가 쏟아졌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십 년 전 우리 회사의 직원 명단이었다. 맨 아래 빨간 형광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이름 하나. '정민수 사원 - 과로사'.

그때 내 모니터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퇴근해. 이제 내 시간이야.'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이상하게도 공포는 사라지고 궁금함이 밀려왔다. "당신은 여기서 무얼 하나요?"

키보드가 저절로 움직였다. '살았을 때 못다 한 일을 끝내. 일은 끝내야 해. 그래야 떠날 수 있어.' 나는 잠시 생각했다. "도와드릴까요?" 입에서 나온 말에 스스로도 놀랐다.

순간 사무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컴퓨터 화면이 파랗게 변하더니 무언가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완료되자 그것은 십 년 전 프로젝트 파일이었다. 민수의 마지막 업무.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밤 귀신 동료와 함께 일한다. 그는 내게 해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는 그에게 최신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상한 동업 관계지만, 그가 업무를 마칠 때마다 38층의 불길한 기운은 조금씩 옅어진다.

어젯밤, 마지막 파일을 저장하자 민수는 내게 메시지를 남겼다. '고마워. 이제 퇴사할게.' 그리고 오늘 아침, 내 책상 위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놓인 편지 한 장이 있었다. 다음 주부터 시행될 회사의 야근 금지 정책과 근무 환경 개선안이었다. 서명란에는 현 대표이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모서리에 작은 메모가 있었다. "균형이 필요해. 일이 전부는 아니니까. 죽어서야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