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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추리

귀신 추리: 그림자의 증언

귀신은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밤, 윤형사가 오래된 서울 북촌의 한옥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피해자는 박민수, 59세. 이 집의 주인입니다. 새벽 3시 27분에 발견됐고, 사인은 목 졸림으로 추정됩니다." 후배 형사가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 "특이한 점은 방 안에서 발견됐는데,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닫혀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 없음."

윤형사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목조 문틀과 바닥에서는 오래된 나무 특유의 냄새가 났고, 흰 천으로 덮인 시신 주변으로는 백단향 냄새가 옅게 퍼져있었다. 벽에 걸린 오래된 가족사진들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그를 응시했다.

"밖에서 들어온 흔적이 없으니, 자살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후배가 말했다.

"아니, 타살이야." 윤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자살하는 사람이 방 안쪽에서 문을 잠그는 건 이해가 돼. 하지만 창문을 닫고 빗장까지 걸어 놓을 이유는 없어. 더구나 손목에 있는 이 멍은 저항한 흔적이야."

윤형사는 바닥 구석에 빛나는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낡은 청동 단추였다. "이게 뭐지?" 그가 집어들자 갑자기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여기, 오래된 살인 사건 기록이 있습니다." 동료가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다. "30년 전, 이 집에서 여주인이 살해당했어요.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아들이... 박민수라는 사람이네요."

윤형사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뒤로, 흰 한복을 입은 여인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자세히 보니, 그곳에 서 있는 여인의 한복에 달린 단추가 바로 그가 발견한 것과 동일했다.

"정 형사, 30년 전 사건의 용의자 명단을 확인해봐." 윤형사가 말했다. "그리고 박민수의 전화 기록도 조사해. 어제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내."

그날 밤, 윤형사는 오래된 경찰 기록을 살펴보았다. 30년 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는 박민수의 삼촌이었다. 그는 지난주에 출소했고, 박민수와 통화 기록이 있었다.

다음 날, 삼촌의 집을 수색하던 중 윤형사는 한복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오래된 남성용 두루마기를 발견했다.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찬 바람이 불었고, 여인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건은 해결됐다. 삼촌은 30년 전 살인을 숨기기 위해 조카를 죽였고, 실내에서 문을 잠그는 트릭을 사용했다. 범행 후 창문을 통해 나가면서 빗장을 특수 도구로 걸어 놓았던 것이다.

사건 종결 보고서를 쓰던 윤형사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증거 봉투에서 청동 단추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서, 흰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사라져갔다. 때로는 가장 좋은 추리가들조차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조수를 갖게 된다는 것을, 그날 윤형사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