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귀신 출근
나는 오늘도 죽은 사람들을 데리러 간다. 이것이 귀신인 내가 매일 출근하는 이유다. 생전엔 기피했던 출근이 사후엔 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늘 씁쓸하다.
오늘의 첫 번째 고객은 강남역 근처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 병실에 도착하자 침대 위 노인의 몸에서 옅은 안개처럼 영혼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심장 모니터의 일정한 삐- 소리와 가족들의 흐느낌이 공간을 채운다. 영혼은 자신의 시신을 둘러싼 가족들을 바라보며 망설인다. 내게만 보이는 은빛 실이 그를 이미 저세상과 연결하고 있지만, 그는 떠나길 거부한다.
"아직 가고 싶지 않아요." 그가 내게 말한다. "손자 대학 입학하는 것만이라도..."
규정상 시간 연장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날엔 가끔 내 매뉴얼을 어긴다. "세 시간만요. 이건 공식 기록에 남지 않을 겁니다."
다음 고객은 교통사고 현장이다. 아스팔트 위에 번진 붉은 피는 이미 고객의 영혼이 빠져나왔음을 알려준다. 영혼은 자신의 부서진 몸 위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죠? 난... 난 죽은 건가요?" 그는 공포에 질려 묻는다.
"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급변한다.
"안돼요!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아요.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단 말이에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대사다. 모든 죽음은 누군가에겐 항상 '너무 이른' 법이니까. 안타깝지만 이번엔 규정을 따라야 한다.
오후 4시, 내 근무시간은 대개 가장 바빠진다. 병원, 교통사고, 자연사, 자살... 각기 다른,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장소로 쉬지 않고 이동한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실적과 평가가 있다. 타겟 영혼 100% 수거가 목표다.
하지만 오늘 마지막 고객은 특별했다. 그는 내 출근 장부에 올라온 2019년생 어린아이였다. 백혈병 말기.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의 영혼은 이미 몸에서 나와 천장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귀신이죠? 엄마가 말했어요, 천사가 데리러 올 거라고. 근데 천사가 아니라 귀신이네요."
그 순간, 15년간 이 일을 하며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밀려왔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많이 남았나요?" 아이가 물었다.
침대에는 지친 표정의 엄마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잠들어 있었다. "조금 있어도 돼."
아이는 미소 지으며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근무일지에 '미수행' 표시를 했다. 사무실에서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상관없었다. 내일도 나는 귀신으로서 출근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방식대로, 그들이 진정으로 떠날 준비가 됐을 때만 데려가기로 했다.
죽음이라는 것도 결국 선택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귀신에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