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취업: 저승 인재채용 전담부서
이력서를 제출하는 내 손가락이 떨리는 것은, 내가 면접관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5년차, 서른이 코앞인 나는 오늘도 낯선 오피스 빌딩 앞에 섰다.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은 형광등 아래서 더욱 창백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의 면접은 '저승 인재개발원'이라는 독특한 회사였다.
"김준호 님, 들어오세요." 목소리는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울렸다. 문을 열자 서늘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면접실은 놀랍도록 평범했다. 단지 창문이 없었고,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이는 것이 신경을 건드릴 뿐이었다.
"저희는 특별한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테이블 건너편의 여성이 미소지었다. 그녀의 피부는 푸르스름했고, 눈은 매우 깊었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인재요."
그때 깨달았다. 구인공고에서 '영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직무가 '사자(死者)와의 소통'을 의미한다는 것을. 겁에 질린 듯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목을 가다듬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귀신을 본 적은 없습니다."
여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귀신을 보는 능력이 아닙니다. 당신의 이력서를 보세요. 5년간 300번의 면접, 매번 탈락했죠?"
나는 당혹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왜...?"
"인내심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현대인들은 사후세계를 두려워하지만, 귀신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어요. 미련을 못 버린 채 취업도, 승천도 못하는 '니트 귀신'이 넘쳐나고 있거든요."
테이블 위에 서류 하나가 나타났다. '계약서'라고 쓰여 있었다.
"당신의 일은 간단합니다. 미련을 못 버린 귀신들에게 '놓아버리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들은 평생의 목표에 집착하다 떠난 영혼들입니다."
나는 계약서를 집어들었다. 손에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하지만 저는... 제 인생도 제대로 못 사는데요."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누구보다 당신이 적합합니다. 포기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놓아주는 법을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펜을 쥐고 서명란을 바라보았다. 귀신들을 위한 취업 상담사. 어쩌면 이것이 내가 수백 번의 실패를 겪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펜을 내려놓는 순간, 내 그림자가 순간 길게 늘어났다가 사라졌다. 면접관이 손을 내밀었고, 악수를 하는 순간 그녀의 손이 내 것을 통과해 지나갔다.
"환영합니다, 신입사원님. 이제 당신의 영업 구역을 안내해 드리죠. 아, 참고로 저희 회사는 퇴직이 없습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을 새로운 의미로 이해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