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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패션

패션의 유령: 귀신이 선택한 마지막 드레스

그녀가 죽은 뒤에도 옷장 문은 밤마다 열렸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오래된 아파트의 삐걱거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밤 정확히 세시에 들려오는 옷걸이 부딪히는 소리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규칙적이었다.

민지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살아있을 때도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옷들은 영혼이 깃든 것처럼 생기가 넘쳤다. "패브릭은 나의 캔버스야. 천 위에 내 영혼의 조각들을 새기는 거지." 그녀가 늘 말했던 것처럼. 그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한 달, 나는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그녀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옷장 문이 열렸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 방 안을 푸르스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냉기가 갑자기 방 안을 감쌌다. 옷장에서는 실크 원단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포에 질려 이불 속으로 숨고 싶었지만, 호기심이 나를 지배했다.

"민지야, 네가 맞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 대신 옷장 속 행거들이 하나씩 밀려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옷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용기를 내어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쪽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그때였다. 민지가 디자인한 마지막 드레스, 그녀가 완성하지 못했던 검은 이브닝 드레스가 공중에 떠올랐다.

드레스는 마치 누군가가 입고 있는 것처럼 형태를 유지한 채 공중에 떠 있었다. 허리 라인은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고, 스커트는 바닥에 닿을 듯 길게 늘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드레스의 주름을 매만지는 모습이 보였다. 공기 중에는 민지가 즐겨 쓰던 장미향 향수 냄새가 가득했다.

"완성하고 싶었구나..." 내 말에 드레스는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침대 옆 테이블에서 민지의 바느질 도구를 꺼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던 나는 민지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더 차가워졌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사라졌다.

밤새 드레스를 완성했다. 마지막 스티치를 놓았을 때, 창밖으로 새벽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드레스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이었다. 실루엣은 더욱 우아해졌고, 내가 추가한 비즈 장식은 새벽빛에 반짝였다.

그리고 드레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창가에서 멈춰 섰다.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민지의 모습이 드레스 위에 드러났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친구야."

그 후로 옷장 문은 더 이상 밤중에 열리지 않았다. 민지의 마지막 컬렉션은 유작으로 발표되었고, 그 검은 드레스는 그녀 커리어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다. 아무도 내가 그 드레스에 손을 댔다는 것을 모른다.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가끔, 패션쇼가 열리는 밤이면, 나는 꿈에서 민지를 본다. 그녀는 항상 그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고, 이제는 생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