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귀신: 투숙객의 방
모든 호텔 방이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404호실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리셉션 데스크에서 근무한 지 3년 만에 그 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컴퓨터 시스템에도 없고, 객실 배치도에도 없는 그 방은 오직 특별한 투숙객들만 찾아왔다.
그날 밤, 로비는 폭우 소리로 가득 찼다. 유리문이 열리며 비에 흠뻑 젖은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창백한 피부와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는 분명히 보였다. 물방울이 그녀의 발밑에 고였지만, 카펫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다.
"404호실 열쇠를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공허했다.
나는 말없이 서랍에서 낡은 열쇠를 꺼냈다. 매니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우리를 훈련시켰다. 묻지 말 것. 시선을 오래 두지 말 것. 절대로 그 방에 들어가지 말 것.
그녀가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CCTV 모니터로 그녀를 지켜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모니터 속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4층으로 올라갔다.
호기심이 이성을 압도했다. 규칙을 어기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는 다른 층과 달리 희미한 푸른빛으로 빛났다. 404호실은 복도 끝, 가장 어두운 구석에 있었다.
문 앞에 서자 차가운 공기가 내 주위를 감쌌다. 귓가에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렸다. "들어오세요... 당신도 이곳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 도어록에 귀를 가까이 대자 여러 목소리가 들렸다. 웃음소리, 울음소리, 속삭임이 뒤섞여 있었다. 문고리를 잡았을 때, 차가운 금속이 아닌 따뜻한 살결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그때 내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다. 놀라 뒤돌아보니 호텔 매니저였다.
"이 방은 특별한 투숙객들을 위한 곳이야. 그들은 체크아웃하지 않아. 그냥 여기 머물지."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공허했다. "넌 이제 알아버렸으니, 선택해야 해.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잊거나."
그때 깨달았다. 매니저의 발밑에도 물웅덩이가 없었다. 그의 눈은 내가 아닌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어쩌면 그도 오래전 이 문 앞에 서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가끔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한다. 404호실로 향하는 젖은 발자국을 따라가는 새로운 직원들을 지켜본다. 그들이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호텔의 귀신들은 항상 새로운 동료를 환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