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회사: 저승에서 온 성과관리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퇴근하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순간, 내 모니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번쩍였다. 시스템 오류가 아니었다. 모니터 속에서 천천히 손가락이 튀어나왔고, 곧이어 한 여성의 상체가 모니터를 뚫고 나왔다. 하얀 얼굴, 검은 정장, 그리고 목에 걸린 사원증. 그녀의 사원증에는 '저승기업 인사과 박지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부장님, 퇴근 준비 중이신가요? 제가 잠시 면담 좀 요청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친절했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한기를 느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할 틈도 없이 그녀는 완전히 모니터 밖으로 빠져나와 내 앞 의자에 정중하게 앉았다.
"저희 저승기업에서 당신의 인생 KPI 평가를 마쳤습니다. 결과가 그리 좋지 않네요." 그녀는 투명한 태블릿을 꺼내 내 앞에 내밀었다. 화면에는 내 인생 곡선이 그려져 있었고, 최근 5년간은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 항목과 '삶의 진정성' 지표가 심각한 수준이에요."
"잠깐만요, 이게 무슨 소리죠? 저는 매년 회사에서 A등급 평가를 받았고, 지난달에도 승진했는데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김부장님, 그건 생존기업의 평가지표죠. 저희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출근길에 매일 무시하는 경비 아저씨, 당신 때문에 야근하는 팀원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당신이 세 번이나 읽지 않은 어머니의 문자메시지. 모두 저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어요."
사무실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저를 데려가려는 건가요?" 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그건 저희 업무가 아닙니다. 저희는 인사과지, 수확과가 아니에요. 저희는 단지... 중간 평가를 제공합니다. 아직 기회가 있어요."
그녀는 일어서서 내 어깨에 차가운 손을 올렸다. "김부장님, 모든 회사는 결국 실적을 원하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저희가 원하는 실적은 숫자가 아니라 순간들이에요. 진심 어린 웃음, 따뜻한 위로, 솔직한 사과... 이런 것들이요."
그녀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걸어갔다. "6개월 후에 다시 찾아올게요. 그때는 좋은 소식을 가져올 수 있길 바랍니다."
모니터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리고 김부장님,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게 어떨까요? 저희 회사의 작은 성과 제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