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귀신, 날씨의 속삭임
그날 아침, 모든 날씨 앱이 오류를 일으켰다. 하지만 나는 창문 너머로 넘실대는 햇살에 눈을 감은 채 귀신 같은 확신을 가졌다 - 오늘은 비가 올 것이다.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동네 분수대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물보라처럼 튀어 올랐다. 뜨거운 공기는 피부를 달궜고, 아스팔트에선 열기가 아른거렸다. 나만 우산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다. 어떤 이는 미소 지었고, 또 다른 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할머니, 소나기 올 거예요."
내 손을 잡은 열 살 손녀는 내가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내 예측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으니까. 기상청보다 정확한 내 직감은 마을의 괴담이 되었다.
"그래, 소나기가 올 거야. 정확히 12시 30분에."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실은 내가 날씨를 예측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그저 그들의 속삭임을 듣는 것뿐이었다. 춥다고, 덥다고, 비가 그립다고, 바람이 부르러 왔다고 속삭이는 그들의 목소리를.
처음 그 목소리를 들은 건 남편이 돌아가신 날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천둥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바람 소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날부터 나는 비 올 날엔 누군가의 흐느낌을, 화창한 날엔 노랫소리를, 안개 낀 날엔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날씨의 귀신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다가올 날씨를 알려줬다. "우리가 그리워, 우리를 불러줘" 하고 빗방울이 속삭였고, "도와줘, 날 놓아줘" 하고 번개가 외쳤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계는 12시 25분을 가리켰다. 손녀의 작은 손바닥에 땀이 배어났다. 그때였다. 빗방울 귀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미안해. 조금 늦을 것 같아."
나는 손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가 조금 늦게 올 거야. 12시 45분쯤에."
손녀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할머니, 어떻게 알아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분수대의 물줄기가 휘날렸고, 사람들이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구름이 오고 있어!" 누군가 외쳤다.
정확히 12시 45분, 첫 빗방울이 내 우산 위로 떨어졌다. 빗소리 사이로 기뻐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날씨의 귀신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날 밤, 손녀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 "할머니, 나도 날씨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녀의 귀에도 흐릿하게 들리기 시작한 걸까?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던 그 웃음소리를, 손녀도 듣고 있었던 걸까? 날씨의 귀신은 우리 가족의 피를 타고 흐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도 비가 올 것이다. 나는 안다. 그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