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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드라마

날씨 드라마: 그가 비를 조종하는 날

모든 비구름은 제 손짓 하나에 멈춰섰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비방울 소리가 단숨에 사라지자, 스튜디오 내 모든 시선이 내게 꽂혔다. 생방송 중인 날씨 예보에서 내가 한 말은 예보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오후 3시부터 서울 지역 비가 그칠 겁니다."

카메라 너머로 PD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일기예보는 확률게임이지, 단언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지난 한 달간 내 예보는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보대로 날씨가 따라온 것이다.

스튜디오를 나서는 내 어깨를 누군가 강하게 붙잡았다. 방송국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 '하늘의 눈물' 제작자였다.

"김 기상캐스터, 이번 주 토요일 야외 촬영장에 비가 오면 우리 드라마 전체 일정이 틀어집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이미 세 차례나 비 때문에 촬영이 미뤄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의 절박함이 공기 중에 진동했다. 나는 망설였다. 내 능력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왜 생겼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진심으로 예보한 날씨는 현실이 된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미안합니다만, 날씨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 비밀이 알려진다면 내 삶은 끝장날 것이다. 그는 실망한 표정으로 떠났다.

토요일 아침, 나는 TV를 켰다.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하늘의 눈물'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가 쓰러져 중태라고 했다. 의사들은 48시간이 고비라고 했다. 그 배우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20년 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내 여동생의 얼굴과 똑같았다.

창밖으로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눈을 감고 비구름을 상상했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차가운 빗방울이 대지를 적신다. 온몸이 떨렸다. 이건 방송용 예보가 아니라 진심 어린 기도였다.

"오늘 오후,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릴 겁니다."

한 시간 후, 도시는 폭우에 잠겼다. 촬영은 취소되었다. 다음 날 뉴스에서는 배우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계속된 비로 드라마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폰에 문자 한 통이 왔다. 발신자는 그 드라마 제작자였다.

"당신이 진짜 날씨를 조종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드라마에 출연해보지 않겠습니까? '하늘의 눈물'이 아닌, '하늘의 주인'으로 제목을 바꿔서요."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내 마음처럼, 날씨도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