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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이별

드라마의 끝, 이별의 시작

텔레비전이 꺼지는 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허무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민지는 리모컨을 손에 꼭 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16주 동안 그녀의 금요일 밤을 채웠던 드라마가 끝났다. 시청률 30%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의 해피엔딩. 모두가 기뻐할 결말이었다. 모두가, 민지를 제외하고.

"어쩌면 우리 인생은 드라마와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그녀는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며 남자친구 석진의 메시지가 뜨자 그녀의 심장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오늘 봐야겠어. 9시에 우리 카페에서.'

민지는 안다. 이건 시즌 피날레가 아니라 시리즈 피날레가 될 것이다. 4년 연애의 마지막 회차. 석진이 최근 들어 바뀐 점들—늦은 답장, 짧아진 데이트, 생일에 보낸 형식적인 꽃다발—모두 이미 예고편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익숙한 커피 향이 그녀를 반겼다. 둘이 처음 만났던 곳. 석진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민지는 그의 프로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드라마처럼 마지막 순간에 반전이 있을까?'

석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담긴 결심을 보는 순간, 민지는 알았다. 이것은 편집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미안해," 석진이 말했다. 배경 음악도, 감성적인 조명도 없이. 그저 차가운 현실만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 민지가 천천히 말했다. "이별 장면에서 항상 비가 내려. 하늘도 함께 우는 것처럼. 근데 오늘은 맑네."

석진은 대답 대신 커피잔만 돌렸다. 민지는 그가 준비해온 모든 이유와 변명들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이미 스크립트는 완성되었다.

"우리 이야기가 드라마였다면, 이 장면에서 난 울면서 매달렸을 거야. 혹은 따귀를 때리고 뛰쳐나갔겠지." 민지는 웃었다. "하지만 난 그냥... 슬프네."

석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알았어," 민지가 일어서며 말했다. "우리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나 봐."

카페를 나서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임을 깨달았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었다. 민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어쩌면 진짜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