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날씨와 기다리는 부모님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유진은 생각했다. 오늘도 부모님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생 동안 그랬듯이.
공항 대합실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발이 묶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유리창을 통해 실내를 순간적으로 하얗게 물들였다. 유진은 스마트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항공편 지연'. 3년 만에 찾아가는 부모님 댁, 타이밍이 이럴 수가.
"제 어머니 생신인데..." 카운터 직원에게 무의미한 하소연을 늘어놓다 말고 유진은 입을 다물었다. 직원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이미 수십 번 들었을 여행객들의 사연이 더는 필요 없다는 메시지가 선명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유진은 문득 자신의 부모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머니는 지금쯤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을. 그리고 아버지는 묵묵히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진은 지난 3년간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뵙지 않았다.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고, 명절에도 해외 출장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 그 모든 거짓말이 지금, 이 폭우처럼 그를 덮쳤다.
스마트폰 화면에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날씨가 많이 안 좋구나. 조심해서 와. 언제 오든 기다릴게." 그 짧은 문장에 유진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날씨가 호전되어 모든 항공편이 정상 운항됩니다." 유진은 벌떡 일어났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 있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쳐들었다. 유진은 문득 깨달았다. 날씨는 변한다. 아무리 거친 폭풍우도 언젠가는 그치고, 태양은 다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입국장 문을 나서는 순간 유진은 그들을 보았다. 예전보다 더 흰 머리카락, 더 깊어진 주름, 하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아버지는 묵묵히 그 옆에 서 있었다.
유진은 뛰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맑은 하늘처럼, 그의 마음도 모든 변명과 후회가 씻겨 나간 채 맑아져 있었다. 부모님을 향해 달려가며 유진은 생각했다. 인생의 날씨는 변할지라도, 부모님의 사랑만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