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날씨자매

날씨와 자매: 폭풍 속의 기억

집 안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지수는 천장이 아닌 자신의 눈에서 떨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열다섯 번째 생일, 그녀는 창가에 앉아 바깥의 광란적인 폭풍우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확히 일 년 전, 같은 날씨, 같은 창가, 하지만 그때는 옆에 언니가 있었다.

비단 가방 속에 담긴 편지는 어제 도착했다. 언니의 필체였다. "난 돌아갈 수 없어. 미안해, 지수야."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며 바깥 세상을 일그러뜨려 놓았다. 마치 지수의 기억처럼.

언니 민지와 지수는 어릴 적부터 '날씨 자매'로 불렸다. 민지는 언제나 햇살 같았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밝게 만들었고, 그녀가 웃으면 모두가 따라 웃었다. 반면 지수는 흐린 하늘 같았다. 조용하고, 때로는 음울하며,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소나기를 품고 있었다.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였다. 지수는 몸을 움츠렸다. 바로 그날의 날씨였다. 폭풍우가 치던 밤, 열여섯 살의 민지는 가방 하나를 들고 집을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탁자 위에는 "꿈을 찾으러 간다"는 짧은 쪽지만 남아있었다.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했고, 포스터를 붙였으며, TV에도 나갔다. 하지만 민지는 마치 안개처럼 사라졌다. 계절이 바뀌고, 차가운 겨울이 와도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일 년 만에 첫 편지가 왔다.

지수는 창에 이마를 기댔다. 유리창이 차가웠다. 문득 깨달았다. 언니가 떠난 건 자신 때문이 아니었다. 민지의 내면에도 보이지 않는 폭풍이 있었던 것이다. 햇살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때로는 가장 격렬한 번개를 품고 있다.

지수는 서랍에서 일기장을 꺼내 펼쳤다. 날씨에 대한 기록이었다. 매일 아침 하늘의 상태를 그림으로 그리고, 기온과 습도를 적었다. 언니가 떠난 후 시작한 의식이었다. 마치 날씨를 기록하면 언젠가 언니가 돌아올 것 같은 미신 같았다.

새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의 날씨: 폭풍우. 그리고 그 아래 처음으로 날씨가 아닌 다른 것을 적었다.

"민지 언니에게,
나도 떠날 거야. 널 찾으러.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어."

창밖에서 천둥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잦아들었고, 먹구름 사이로 희미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왔다. 지수는 침대 밑에서 오래전에 준비해둔 배낭을 꺼냈다. 날씨는 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폭풍 뒤의 맑은 하늘처럼, 자매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