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재밌는 날
하늘이 웃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번쩍이는 번개가 그의 이빨이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이 그의 웃음소리였다.
나는 창가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의 날씨 예보는 "맑음, 간간이 구름"이었는데, 이런 폭우라니. 기상청은 오늘도 평소와 같이 유머 감각을 발휘한 셈이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마치 누군가가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자연이 만든 재즈 비트 같았다.
"오늘 날씨 어때?" 문자를 보낸 건 미나였다. 3년 전 이맘때쯤 만난 여자.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 날씨 이야기로 끝나는 우리의 관계는 참 아이러니했다.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흥미롭네. 하늘이 웃고 있어."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번개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섬광이 내 작은 원룸을 환하게 비추었다가 사라졌다. 방 안에 놓인 물건들이 잠시 그림자 없이 존재했다. 책상 위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미나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로 둘이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
"재밌는 날씨네요. 지금 어디세요?"
미나의 답장이 왔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까? 나는 지금 그녀가 살던 도시, 그녀가 좋아하던 카페 앞에 있다고? 3년만에 용기를 내어 그녀를 다시 만나보려고 한다고?
"집이요. 당신은요?"
거짓말은 항상 쉬웠다. 특히 문자 메시지로는.
"저도요. 그런데 웃긴 게..."
메시지가 멈췄다. 내 심장도 같이 멈춘 듯했다.
"...여기는 완전 맑아요. 날씨 앱을 보니 당신 있는 곳만 비가 와요. 운명 같지 않나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든 것을. 나는 그녀의 집 근처, 그녀가 좋아하던 카페에 앉아 비를 맞으며 3년 전 우리가 헤어진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
창밖으로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서서히 무지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날씨는 때로는 우리보다 더 나은 이야기꾼이다. 더 재밌는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카페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미나가 서 있었다. 3년 전과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빗물이 맺혀 있었다. 하늘이 그녀에게도 웃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