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이별: 마지막 웃음이 던진 수수께끼
그녀가 웃으며 떠났다는 것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음소리가 복도를 타고 메아리치던 그 순간이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민지는 언제나 진지했고, 특히 우리의 관계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랬다. 그런 그녀가 우리의 3년을 정리하는 순간에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 재밌었어, 우리 관계가." 그녀가 현관문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어깨가 들썩였다. "이제 그만 할래."
나는 얼어붙었다. 그녀가 남긴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는 동안, 문이 닫히고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반복 재생되었다. 웃음. 이별의 순간에 던진 웃음. 그것은 모욕이었을까, 아니면 그녀만의 슬픔을 감추는 방법이었을까.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첫 데이트했던 서점에서는 그녀가 좋아하던 작가의 신간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주 갔던 카페에서는 그녀가 늘 주문하던 메뉴가 이달의 추천으로 올라와 있었다. 모든 것이 그녀를 향한 조롱처럼 느껴졌다.
열흘째 되는 날, 친구 승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민지 봤어? 그 프로젝트 끝났다며. 어떻게 됐대?"
프로젝트라니. 혼란스러웠다. 승준의 말에 따르면, 민지는 대학원 심리학 논문을 위해 '이별 순간의 감정 표현과 그 후의 심리적 변화'를 연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연구 대상이었던 것이다.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느낀 3년의 시간, 그 진실한 감정들이 단지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학과 사무실로 향했다. 그녀를 마주하고 모든 것을 따져 물을 작정이었다.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게시판에 붙은 논문 발표 일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김민지: 장기 관계에서의 진실된 감정과 연구 윤리의 충돌 - 한 연구자의 고백'.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본 연구는 개인적 관계와 학문적 호기심 사이에서 발생한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내러티브 연구입니다.'
문이 열리고 민지가 나왔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에는 웃음이 아닌 눈물이 맺혀 있었다. "미안해," 그녀가 속삭였다. "정말로 재밌었어.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짜였어."
그 순간 이해했다. 그녀의 웃음은 자신의 감정과 연구 사이에서 느낀 모순된 상황에 대한 히스테리였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별이란 것도, 그것을 대하는 방식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재밌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