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고백: 말하지 못한 진실
"네가 날 좋아하는 거 다 알아." 그녀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커피숍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10년 동안 완벽하게 숨겨왔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하필 오늘, 그것도 그녀의 입에서 먼저 나오다니.
민지와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사친과 여사친으로 불리며 지냈다. 우리 사이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그 선을 넘지 않는 한, 우리의 우정은 완벽했다. 그녀가 연애 상담을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지만, '남사친'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카라멜 마키아토의 달콤한 향이 갑자기 역겨워졌다.
"처음부터." 그녀는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었다. "너의 눈빛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어. 내가 웃을 때마다 너도 웃었고, 내가 슬플 때 넌 항상 곁에 있었지."
십 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대학 입시를 함께 준비했던 밤들, 그녀의 첫 연애에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거짓말했던 순간들, 그녀의 이별 후 어깨를 빌려주며 내 마음도 함께 울었던 날들.
"그런데 왜 지금?" 내가 물었다.
"내일 난 떠나. 런던에서 온 일자리 제안,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녀의 말에 카페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떠나기 전에 모든 걸 정리하고 싶었어."
침묵이 흘렀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고백의 순간, 이미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비밀은 비밀도 아니었다.
"사실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도 널 좋아했어."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좋아했어.' 과거형. 이미 지나간 감정.
"하지만 우리의 우정을 망치기 싫었어. 그리고 네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렸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리는 타이밍이 항상 어긋났던 것 같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 아침 일찍 떠나."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는 말했다. "잘 지내, 우리 영원한 남사친."
그녀가 카페를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용기란 무엇일까. 10년 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내 마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붙잡지 못하는 나의 모습. 가끔은 침묵이 가장 큰 후회가 된다는 것을, 그녀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