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과자: 달콤함 너머의 진실
그가 내게 과자를 건넸을 때, 나는 그것이 우리 사이의 마지막 교환이 될 줄 몰랐다. 비 내리는 화요일 오후, 도서관 구석에서 나는 시험공부에 지친 눈을 비비고 있었다. 민수는 항상 그랬듯 조용히 내 옆자리에 앉아 투명한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오레오 쿠키, 고소한 아몬드, 달콤한 젤리가 가득했다.
"너 단 거 좋아하잖아. 힘내라고."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10년 지기 남사친의 특권이랄까, 우리는 말 없이도 많은 것을 주고받았다.
봉지를 열자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초콜릿 코팅된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삭한 소리가 도서관의 정적을 깼다. 그때 민수의 휴대폰이 불빛을 내며 울렸다. 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창가에서 그를 지켜봤다. 비를 맞으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민수의 어깨가 처음으로 작아 보였다. 내가 쥐고 있던 과자가 손안에서 부스러졌다.
그날 밤, 카톡이 울렸다. [서울대 의대 합격했어. 내일 등록하러 가야 해.] 나는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수는 의대가 아닌 음대를 가겠다고 세 번이나 말했었다.
일주일 후, 담임선생님이 민수의 부모님이 아들의 등록금을 내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민수가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것을.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마지막으로 함께 앉았던 자리에 작은 봉투가 있었다. 열어보니 과자 봉지와 음표가 그려진 쪽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처럼 달콤한 꿈이었어. 하지만 과자는 언젠가 다 먹게 되잖아. 넌 네 꿈만큼은 포기하지 마.]
봉지를 열자 처음 보는 외국 과자들이 가득했다. 그가 음대에 가면 유학을 꿈꿨던 나라들의 과자였다. 쓰디쓴 다크초콜릿 하나가 맨 위에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초콜릿을 입에 넣자 쓴맛이 혀끝을 강타했다. 곧이어 예상치 못한 달콤함이 번져왔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남사친이란 이름 뒤에 숨겨두었던 감정들, 그리고 그가 전해준 마지막 과자의 맛처럼 - 우리의 이야기는 씁쓸한 시작과 달콤한 여운, 그 무엇도 끝까지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