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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날씨

우산을 든 남사친: 비가 내리는 날씨에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비가 그치지 않는 목요일 오후, 나는 그의 우산 아래서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날씨 예보에서 소나기가 온다고 했잖아. 너 항상 우산 안 가지고 다니니까 내가 챙겨왔어." 그의 말에 어깨가 스치는 순간, 10년 지기 남사친 민우의 심장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다. 집도 가까워 매일 등하교를 함께했다. 그는 가방을 들어주는 법도, 귀여운 말을 하는 법도 없었다. 그저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었다. 남자사람친구. 그것이 전부였다.

"오늘 저녁에 비가 더 심해진대. 데려다줄게." 그의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민우의 손이 우산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다.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학교를 나서는 순간, 갑자기 거세진 바람에 우산이 뒤집혔다.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민우가 내 얼굴의 물방울을 닦아주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오늘 전학 간다."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아버지 회사 발령이 나서. 내일이면 서울로 가."

10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매일 아침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그의 모습, 시험 전날 밤늦게까지 전화로 함께 공부하던 시간들, 비가 올 때마다 나를 위해 준비해뒀던 우산들.

"너...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한 달 전부터." "그런데 왜 이제야 말해?" "네가 울까 봐... 날씨 좋은 날 말하려고 했는데, 계속 비가 왔어."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렸다. 교복은 이미 흠뻑 젖었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별안간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차가운 빗물과 달리 그의 손은 따뜻했다.

"사실... 날씨 어플 보면서 매일 확인했어. 비 오는 날이면 네가 우산 안 가져올 거란 핑계로 같이 걸을 수 있으니까."

10년 동안 남사친이었던 그 아이는, 10년 동안 나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이 날씨에, 그는 떠나간다. 말없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우리가 헤어질 때까지, 아니 어쩌면 그 이후로도 계속 내릴 비처럼, 그의 마음도 내게 오랫동안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